본문 바로가기
사회복지사를 위한 정치경제

0. 새 경제 모델을 함께 만듭시다

by Cplus.Linguist-유진 2019. 11. 25.

사회가 바뀐다는 의미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뇌 속 무의식이 바뀌어야 사람이 바뀌고 세상이 바뀝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새로운 체계, 새로운 프레임을 뇌에 깔아줘야 합니다. 무의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언어입니다. (그래서 언론과 출판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어휘로 지어진 새 이야기를 많이 말할수록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이 되버립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과 중요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경제입니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그의 저서 도넛 경제학에서 경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경제는 모든 공공 정책의 모국어일 뿐 아니라 공공 생활의 언어이며, 사회를 형성하는 세계관과 사고방식이다 [...] 경제적 이념, 가치, 가정과 전제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결정짓는다.”

 

동의합니다. 저는 <무의식의 반은 경제>라고 표현합니다. '돈'이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지요. 부동산추이, 기업비하인드 스토리, 대박주등에 관한 이야기는 초면끼리도 깊이 안 들어가고 오래 나눌 수 있는 주제입니다. 유투브에도 돈과 경제 유투버의 인기는 게임 유투버나 토크 유투버 만큼 높습니다. '30대 후반에 아파트 14채 소유할 수 있는 방버'라는 제목을 지나치기는 너무 힘들어요. 경제는 생활 정리 수준의 메뉴얼에서 학문으로 발전했다가 이제는 생활이 되었습니다.

 

경제는 기원전부터 학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화폐의 기능과 화폐증식의 폐해를 처음으로 꿰뚫어본 경제학자입니다. 17세기들어 군비마련이 국가의 이슈가 되면서 경제학자는 왕 가까이 앉기 시작했습니다. 왕 가까이 앉았지만 계급의 최상위에 오르려하지는 않았어요. 경제학자는 학문의 왕좌에 오르고 싶어했습니다.

 

18세기 들어서부터 경제학은 물리학이 되고 싶었어요. 뉴튼을 너무 부러워했지요. 우주의 법칙을 방정식 하나로 표현하듯 모든이의 살림살이를 명쾌하게 표현하고 싶어 했어요. 수식과 전문용어를 쓰기 시작하죠. 그러나 수학과 전문용어를 썼다고 경제학의 성질이 바뀔 수 있나요. 경제학은 인문사회학부 소속이에요.

 

경제학은 자연과학 처럼 법칙을 발견하는 학문이 아니에요. 살림살이를 위해 시스템을 고안해내는 인간이 지구에 살아있을때만 유효한 인간의 학문이에요. 살림살이에 대해선 누구나 견해가 있고 경험이 있자나요. 경제학은 모두의 학문이 넘어 문화의 반열에 오를 유일한 학문입니다. 물리학이 문화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칼세이건은 1980년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다고 고백했어요. 뉴튼, 아인슈타인, 세이건이 살아있다면 경제학과 경제학자를 엄청 부러워했을거 같아요.

 

경제학에 약간 거부감이 드실 수도 있어요. 어려워 보이거든요. 인상을 한 꺼풀만 걷어내면 상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학문입니다. 요새 많이 나오는 양자역학이나 시간에 관한 물리학에 비하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경계를 푸시고 접근해보세요.

 

경제학은 분명히 사회복지사에게 이득을 줄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도움 됩니다. 무엇보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초기발상을 도와줍니다. 경제학은 사회복지사만이 고안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묻혀있는 영감의 땅이에요. 사회복지사 눈에만 보이는 아이디어가 널려있습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사고방식을 이해하면 지역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을 보다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어요.

 

지금은 경제학을 시작하기 딱 좋은 시대에요. 왜냐하면 이전에 비해 공부할게 많이 줄어들었거둔. 기존 주류 경제학이 최근 10년간 사상적으로 옹색해졌어요. 아니 망했어요. 이들이 주장하는 전제가 하나도 안 맞았거든요. ‘시장은 자기조정능력이 있어서 알아서 회복한다고 믿었어요. 믿음이지 팩트도 아니고 공리는 더더욱 아니에요. 시장이 자기조정능력이 있다면 사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필요 없어요. 분석을 해서 부실한 회사에 경고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시장 스스로 알아차릴텐데 그걸 알려주는 사람이 왜 필요하겠어요.

 

하지만 믿음은 확고했습니다. 시장 자기조정능력이 있으니 정부는 시장에서 딱히 할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군대나 경찰을 운용하면 할 일을 다했다고 여겼어요. 정부의 감시와 규제를 괜한 짓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규제기관을 세금낭비하는 나쁜 부서 내지는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곳이라고 불렀습니다. 규제를 풀자마자 생긴 참사들을 나열하기만 해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이어서 언제나 옳은 판단을 한다고 여겼지요. 이 전제가 맞다면 사람이 사람이 만날 필요가 있나요? 무려 1987년부터 주식시장에 컴퓨터를 도입했습니다. 다들 스크린만 쳐다보면서 거래하면 될일 아닌가요? 은행가의 영업사원, 펀드매니져들, 분석가, 기관투자자가 직접만나는 이유는 서로의 진위를 알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오래동안 같이 몸담아온 업계사람도 믿지 못하면서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믿을 수 있나요.

 

합리적인 인간이 자기 스스로 조절하는 완결된 시장을 운용하여 경제를 양적성장 시키면 현재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었어요. 양극화도 환경도 GDP가 오르면 다 해결된다고 믿었어요. 광신도의 눈에 기본권을 박탈당한 빈민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보고나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는 뉴스는 들려도 들리지 않아요. GDP 상승률에 목을 맨 사람들은 양적성장만 일어나면 사회가 나빠져도 상관이 없다는 듯 행동합니다. 수감자가 많아지고 교통체증이 심해져도 올라가는 GDP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게 비합리적입니다.

 

시장만능주의에 성장맹신은 승자가 다 쓸어 먹는 문화를 만들었어요. 미국의 CEO들은 종업원보다 100, 1000배나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해요. 자기가 연봉을 많이 받기 위해 매출을 부풀리고 장부를 고치기도 하죠. (이러고도 시장이 알아서 한다고) 회사를 망하게 만들고도 계약서에 약정되어있다는 이유로 수십억원 퇴직금을 챙깁니다. 심지어는 회사가 피인수되었는데도 보너스 잔치를 벌이기도 합니다. 인과가 뒤바껴서 문란해지고 문란해지난 인과과 뒤바뀌죠. 아사다리 판이 벌어집니다. 승자가 다 먹는게 아니라 많이 먹는게 승자인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영미의 금융가에 탐욕이 급격하게 커졌어요.

 

지난 50년간은 인간관도 틀렸고 시장의 본질도 못읽고 목표도 근시안적인데다, 탐욕적이기까지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시대입니다. 아무리 허튼 믿음이라도, 믿음이 믿음으로 남아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이 믿음이 문화가 되고 법칙이 되었어요. 이 법칙대로 살다가 세계가 한번 망했습니다.

 

2008년에 쫄딱 망했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금융사의 사기상품판매와 정부의 감시부재로 일어난 경제공황입니다. 세계금융위기는 주류경제학이 만든 세상이 실패한 설계라는 걸 보여줍니다.

 

2008년은 주류경제학의 장례식을 치뤘어야 했는데 죽은체로 걸어다니고 있어요. 금융가의 뿌리 깊은 부패와 오바마의 헛발질이 합쳐져 여전히 권력 가까이에 있습니다. 구체제가 망하고 아직 신체제가 자리하지 못해 구체제가 계속 눌러앉고 있는 형국이었어요. 사고방식은 망했는데, 그 사고방식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아직 자리를 잡고 있어요. 여전히 성장만 부르짖으면서 배회하고 있어요.

 

새로운 경제학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2050년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살림살이를 고민하는 새로운 경제학 모델을 만듭시다. 위정자와 학자들에게만 맡기지 말아야 해요. 정치는 선출된 정치인만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듯 경제도 어느 한 분야의 사람들만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시민이 참여해야 합니다. 남녀노소 저마다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설계와 운용 전문가인 사회복지사의 지혜가 발휘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경제를 이루는 여러 요소에 대해 이해하고 관여할 수 있는 지점에 영향을 주는 방법을 사유합시다. 사유를 도와줄 책들을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시간 내서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책을 함께 읽어봅시다!

 

Photo by "My Life Through A Lens" on Unsplash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