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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위한 정치경제/2008 세계금융위기

위험한게 좋은거야_2008 세계금융위기6

by Cplus.Linguist-유진 2021. 7. 6.

미국 중하층민의 삶을 점점 가라앉고 있는 와중에, 월스트리트는 부동산대출을 이용해 급성장했습니다. 미국은 뒤틀리고 있었습니다.

 

Photo by Raúl Nájera on Unsplash

 

 MBS(Mortgage-backed security)는 돈이 한꺼번에 돌아올 조기상환 리스크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부도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인 상품입니다. 작은 채권 여러개를 묶어서채권에 상존하는 리스크를 확 줄여버렸습니다. 수만명의 채무자가 동시에 파산할 확률과 모든 채무자가 상환을 마치는 확률은 희박해지죠.

 

MBS는 은행에서 내다 팔기 위해서 만든 상품입니다. 리스크가 적다, 즉 목돈을 넣어둘 만큼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이미지를 줍니다. 이 장사는 미국의 투자은행이 주도합니다. 초기에는 살로몬브라더스가 필두로 나서고요. 이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JP모건등 한번쯤 들어본 회사들이 시장에 참여합니다. 거대금융사들은 연금기금, 뮤추얼 펀드, 거대 개인 투자자, 보험회사에 MBS를 팔고 현금흐름을 만들어냅니다. MBS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팔려나갑니다.

 

투자은행들은 MBS 응용버전을 만듭니다. 증권화를 할 재료가 꼭 집일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들이 빚을 내는 이유가 꼭 주택구입만은 아닙니다. 신용카드, 항공기 임대, 자동차대출 그리고 헬스클럽 정액제 회원권도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당 잡을 자산은 모두 재료가 됩니다. 심지어 노트북도 골프채도 고가 악기 그리고 학자금 대출도 재료가 될 수 있겠군요.

 

어떤 부채를 갈아넣었냐에 따라 이름도 여러 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 담보부 증권으로 부릅니다. CDO는 다른사람이 나에게 줄 미래의 재산을 기반으로 만든 금융파생상품입니다. 이름은 여러가지이지만 모두 앞으로 채무자가 갚을 돈에 대한 권리인 것은 같습니다.

 

그래도 집이 가장 좋은 재료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MBS 시장을 더 크게 만들려면 묶음에 들어갈 채무자의 사인이 들어간 모기지증서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좋은 재료는 언제나 희소하죠. 신용점수가 높은 프라임 고객의 숫자는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서브프라임에 속하는 집단에게 돈을 빌려주고 채권증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재료는 계속 만들어져야 하니까요.

 

내집마련은 모든이의 꿈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근간입니다. 집사라고 돈을 빌려주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있나요? 대출 심사에서 떨어지지 않는 세상은 서민들이 기다리던 세상이었습니다. 모기지대출이 30년 전 보다 쉬워진 것은 정부가 국민을 사랑해서 허용한 것이 아닙니다. 은행이 MBS를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서 정부에 로비를 해서 법을 바꾸고 규제를 느슨하게 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서브프라임 등급은 부동산 대출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비교적 높은 그룹입니다.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을 묶어 만든 상품은 부도날 위험이 높죠. 리스크가 높은 재료로 만든 상품의 리스크도 높겠죠. 이런 대체 이런 위험한 증권은 누가 사주긴 할까요?

 

많이 사더라고요. 위험도가 올라가면 인기가 없어야 정상이지만 현실에선 정반대였어요. 2000년 들어 투자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증서로 만든 MBS와 이 주택채권 함유량이 높은 CDO를 콕 찍어서 주문했어요. 프라임 고객의 채권으로 만든 상품 대비 서브프라임 채권으로 만든 상품의 수익이 7배가 높았습니다. 2000년에는 세계적으로 금리가 낮았거든요. 수익률은 높으면서 리스크는 낮은 상품이라고 보았습니다. 서브프라임 등급으로 만든 증권이더라도 단체로 부도가 나지는 않는다고 본거지요.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은 고객이 주문하는 대로 상품을 계속 찍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투자은행은 증권의 재료인 서브프라임 대출채권을 가져오라고 지역의 은행들에게 요구했어요. 상태가 좋지 않은 재료가 더 각광받는 이상한 상황이 시작됩니다.

 

투자은행이 대출채권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서브프라임 대출이 늘어났습니다. 199030조였던 서브프라임대출 규모는 200년에 150조로 2005년에는 21배가 늘어난 63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630조 중 520조가 증권으로 상품화되어 전세계로 팔려나갔습니다. 2020년 한국의 국가예산 보다도 많은 규모입니다. 월 스트리트는 돈이 마구 돈다고 좋아했어요.

 

여기에 2002년에 대출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2001년에 IT버블이 꺼지고 911이 터지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듭니다. 연방 준비은행은 연방금리를 3%, 역대급으로 인하합니다. 연준의장 엘런 그린스펀은 돈을 풀어서 사업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침체를 벗어나려 했어요.

 

낮은 금리의 영향은 주택구매자에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집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항상 많았죠. 2002년부터는 저소득층에게 대출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대출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채권을 상위 은행에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죠.

 

모기지은행은 재료를 많이 구해오는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합니다. 성과급이 다른 직종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20대 사회초년생도 월 2~3억을 벌 수 있습니다. 1년에 2억이 아니라 월 2억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무리하는 것이 능력이 됩니다. 브로커는 대출이 성사되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감독기관을 속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서류위조가 일상입니다. 나이를 고치고 연봉을 고치고 담보가치를 고칩니다. 감사 받고 기소 당해도 회사가 변호사를 고용해서 막아줍니다.

 

원래 은행은 깐깐하게 심사하며 상환능력을 측정해야 정상입니다. 과거에는 심지어 채무자의 성격도 정성적으로 평가해서 대출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채권이 인기가 올라가면서 여태까지 칭송받던 금융인의 방식은 금기사항이 되었습니다.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회사는 망했습니다. 큰 회사의 지점장이라 할지라도 매입회사의 임원들에게 항의방문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월가 투자은행의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조심스러운 사람은 업계에 성공하기 싫은 사람으로 소문이 나버립니다. 모기지은행은 윤리가 없는 브로커가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1980년대 법개정후 변동 금리상품(ARM)이 등장합니다. 2년 동안은 고정금리보다 싼 7% 금리를 적용하다 2년 후부터 28년동안 16% 언저리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상품입니다. 이런 변동금리상품을 티저 금리(teaser rate), ’장난 금리라고 부릅니다. 서브프라임 등급에게 돈을 빌리라고 부추기는 문화가 일상이 되었을 때, 상품 중에는 초반에는 6%, 1년 후에 17% 그리고 2년 후부터 25% 까지 육박하는 위험 상품도 많았습니다.

 

소비자는 변동금리를 활용할 수 있긴 합니다. 2년 동안 은행을 바꿔가면서 낮은 금리로 계속 갈아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기지 은행은 갈아타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고객신용정보를 해킹해서 갈아타지 못하도록 방해한 회사도 있었습니다. 갈아타기를 시도하면 벌금을 낸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슬며시 끼워넣는 방법도 있습니다. 혹은 2년이 아니라 3년 후에야 갈아탈 수 있게 해서 고금리 이자를 1년 동안 뜯어내기도 합니다. 영업사원은 대체로 설명을 제대로 안 해주는 수법을 씁니다.

 

더 많이 팔아야 하는 분위기에서 허술한 상품이 계속 쏟아져 나왔습니다. 1988년 대출상품은 5개 미만이었습니다. 2005년에는 600개가 넘습니다. 상품이 많아 보이면 금융이 발전한 것 같지만 본질은 나쁜 재료라도 채집하기 위한 무리수일 뿐입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변종의 변종이 등장합니다. 티저금리가 3개월만에 끝나는 상품도 있었습니다. 외국인이나 노인이 대출사기를 많이 당했습니다.

 

은행권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대출자들이 실거주를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 과열되지 않았을 겁니다.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를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용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기법인 리파이낸싱, 재융자를 활용합니다. 홈에퀴티론이라고도 부르는데, 1억에 산 집이 2억으로 올랐다면 상승분 1억의 일부를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 서브프라임 업체인 뉴센추리가 20042월에 빌려준 돈읜 66%가 재융자였어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전체적으로 서브프라임 모지기의 절반, 알트A 모기지의 33%가 리파이낸싱에 쓰였습니다.

 

재융자는 대출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대출을 받은 프라임 등급에게 서브프라임 대출상품을 파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기 집에 채권을 복수로 발행하다니 너무 위험합니다. 집을 잃을 수 있는 조건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거리에 나앉을 확률이 올라가는 것 아닌가요?

 

이런 짓을 왜할까요? 앞에 에세이에서(바로가기) 미국사람들이 수입이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경제적 환경을 보여드렸지요? 확실하게 목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리파이낸싱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리파이낸싱을 궁여지책으로 생활비나 교육비로 쓰면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투기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진 사람들이 부동산이 과열되면서 점점 많아졌습니다. 집장사에 너도 나도 뛰어듭니다.

 

재융자로 종자돈을 만들고 서브프라임 등급 대출상품을 이용해 잔금을 치르며 투기에 뛰어듭니다. 미국은 갭투기 어머어마하게 쉬운 나라였습니다. 집세의 99.3%까지 대출이 가능했습니다. 700만원만 있으면 1억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종자돈이 7천만원만 있다면 1억짜리집 10채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21세기가 오기도 전에 광폭한 갭투기가 가능했습니다. 1997년 클린턴 정부는 50만 달러 이하(6억원) 주택을 구입할 때 내야할 세금을 면제하였습니다. 클린턴 정권 말에는 대출규제도 다 풀어버렸습니다. 1999년에는 집을 살 때 계약금 한 푼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금융상품도 있었습니다. 무려 집값의 110% 대출해주는 상품입니다. 교외 이사비용과 자동차 유지비까지 빌려줬습니다.

 

가계, 정부 그리고 기업, 집과 돈에 관련된 플레이어들 모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립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가계부채는 7000조원에서 14천조원으로 늘어냅니다. 증가분의 80%, 5600조원이 주택관련부채였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만 2000년에 140조에서 2005년에 600조로 마구 불어났습니다.

 

미친 투기가 가능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에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상황을 보면 막연한 믿음은 아니었습니다. 1997년부터 2년 동안 물가가 1% 오를 때 부동산은 15%가 올랐거든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20대 도시 중 14개 도시는 해마가 집값이 10퍼센트가 넘게 올랐습니다. 2001년에 5억이었던 집이 2006년이면 8억으로 오른다는 뜻입니다. 2000년대 소득대비 부동산의 비율이 무려 12가 넘습니다. 단면만 보면 노동 보다 투기가 옳은 선택임이 분명하죠.

 

2018년 한국의 소득대비 부동산 비율이 12입니다. 한국은 종자돈을 40%를 가지고 있어야 갭투자에 뛰어들 수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내돈 한 푼없이 100%로 대출받고 집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집이 6개월마다 20%씩 오른다? 돈을 뱉는 슬롯머신 앞에 앉아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죠. 21세기 미국은 0원으로도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미정부는 우려스럽게 보았습니다. 2004년에 대출을 억제하려고 금리를 한 번 올렸지만 광기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모기지은행은 심사도 제대로 않고 마구 빌려줬어요. 수입이 없고(No Income) 직업이나 (No Job or Asset) 자산도 없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대출을 닌자대출이라고 부릅니다. 닌자대출은 그나마 나은 상황일거에요. 신용불량자에게 소득증명서도 요구하지 않았죠. 심지어 강아지나 죽은 사람 앞으로도 빚을 내주었습니다.

 

당시 전체 주택구매의 20%가 오로지 투기 목적으로 거래되었습니다. 들어가서 거주하는 척도 안한거죠. 이상하게도 공실율과 주택가격이 같이 올라갑니다. 플로리다에는 호화주택 100채에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곳의 주택가격은 가격은 계속 올랐다고 합니다. 집이 남아도는데도 가격이 올라간다? 완벽한 거품이죠. 미국사람은 낭떠러지를 향해 신나게 차를 몰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일입니다. 이 정도로 과열되면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금리를 올려도 진정이 안 되면 다른 수를 써야하는 거 아닌가요? 거품 속에서 대체 정부는 무얼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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