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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위한 리터러시/<팀장의 글쓰기> 기초

01. 더 큰 질문, 더 큰 역할

by Cplus.Linguist-유진 2023. 11. 23.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여러분을 늘 괴롭히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입니다.

 

골몰하시고 계신 와중에 실례합니다. 여러분이 던진 질문은 틀렸습니다. 쓰기는 작은 개념입니다. 쓰기 능력은 읽기 능력과 아주 강하게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쓰기만 골몰하면 읽기는 별개의 행위로 보입니다. 하지만 쓰기와 읽기는 한 몸입니다. 이것을 표현하는 어휘가 바로 리터러시(Litercy)입니다. 어원은 독일어에서 왔어요. 영어권에도 읽기와 쓰기를 합친 하나의 단어가 없어서 독일어를 그대로 받아서 썼고 우리에게까지 전달되었습니다.

 

리터러시는 읽기와 쓰기를 기계적으로 붙인 정도를 훨쩍 벗어납니다. 리터러시는 한편의 글을 시작해서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사유와 행위 그리고 관계를 포괄하는 아주 넓고 깊은 지식체계입니다. 대표적인 메타 인지입니다. 과거 0.1% 엘리트와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리터러시는 시민사회에서 지식산업이 대두되면서 필수 지식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리터러시는 지식을 만드는 지식입니다. 리터러시를 단독적인 기술로 보면 얻을 수 없습니다. 메타 지식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아가 시스템을 낳는 문화에 속해 있어야 지식을 낳을 수준의 리터러시 역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화 안에 시스템을 총괄하는 관리자는 도덕을 관장하는 어르신들입니다. 교육자, 법조인, 정치인, 종교인, 군인, 예술가 그리고 기업인입니다.

 

현재 한국의 리터러시 문화가 견고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식을 꼭 낳아야 하는 기업에도 보기 드물어요. 부서장이 문서를 손수 작성해서 책임지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교사가 학생의 작문을 지휘 감독한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논술시험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지 수십년이 지났습니다. 대학교, 심지어 대학원에서도 컨설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합니다.

 

문화의 부재에서 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는 탁 잘라서 버리고 오늘부터 리터러시를 생활로 가지고 들어가세요. 이 사회에 전례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전례가 되면 됩니다. 사회복지관은 사회복지관만의 리터러시 문화를 시작하세요.

 

새로운 개념을 낳고 세상에 뿌리내리는 일은 사회복지계가 가장 잘하지 않나요? 너도 나도 자본 극대화를 노리는 돈의 나라에서 나눔과 보살핌의 문화를 뿌리내린 사회복지계가 복지관에 리터러시 문화를 뿌리 내리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세상이 조금 뭉그적거리면 사회복지계가 치고 나갑시다.

 

여러분은 훌륭한 필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에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필자를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리터러시 문화를 꽃피울 것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회복지사가 지식을 낳을 수 있도록 지식생산을 총괄하는 편집자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로서 앞으로 조직의 모든 문서를 책임질 것 입니다. 그 문서를 작성할 동료들을 교육하며 그들의 멘탈부터 결과물까지 돌볼 것입니다.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미래를 만듭시다. 리터러시 문화를 시작합시다.

 

직업에서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진정 프로페셔널입니다. 큰 사람이에요. 큰 사람은 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을까?’는 작은 질문입니다. 주어가 없는 질문이라 은연중에 를 채워넣게 됩니다. 오로지 의 글쓰기 능력에만 초점 맞춘 질문은 이제 내려놓읍시다.

 

작은 질문으로는 문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도리어 나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에게만 집중하면 성과도 적고 고통만 남습니다. 작은 질문에 답하다 보면 조직의 모든 문서를 내가 일일이 손수 작성해야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 도 있습니다. 저는 가벼운 어깨를 드리고 싶어요. 큰 사람에게 맞도록 질문을 바꿔보죠.

 

어떻게 하면 내가 조직 전체의 문서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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