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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영상/다큐

식코

by Cplus.Linguist-유진 2020. 4. 3.

의료를 민영화하면 지옥문을 열립니다. 지옥은 건강과 생명 보다 돈이 더 중요한 사회입니다. 의료민영화는 세상을 도박판으로 만들어요. 빈자는 죽기 쉽고 부자도 파산할 수 있어요.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빈자는 죽음을, 중산층은 파산을 선택할 여지 밖에 없습니다. 선택지가 빤한 곳에서는 아플까봐 노심초사하고 안절부절하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지옥문을 자기 손으로 열어젖힌 나라가 지구에 존재합니다. 초강대국, 미국입니다. 시장에 맡기면 뭐든 좋아질 거라고 믿는 사회에서 의료민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조화롭군요. 마이클 무어의 2007년작 다큐멘터리 식코는 의료를 민영화한 미국이 얼마나 위험한 사회인지 고발합니다.

 

 

래리와 도나 스미스는 부부입니다. 6명의 아이를 대학교육까지 시킨 중산층의 대표주자입니다. 부부는 망했습니다. 남편이 3번의 심장발작, 아내가 암치료를 받으면서 쌓여가는 병원비에 파산했습니다. 신문편집자와 엔지니어라는 번듯한 직업이 있는데도 결국 망했습니다. 딸 집에서 얹혀 살아야 하는데 사위 볼 낯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아프기 전까지만 중산층이라는데, 스미스 부부가 전형적인 병원비 파산가정입니다.

 

이 다큐를 이해하려면 병원비 수준을 알아야 하는데 다큐에는 병원비가 얼마나 비싼가는 나오지 않습니다. 미국은 병원비 단위가 다릅니다. 외래 1회 진료 10만원, 앰뷸런스 100만원, 응급실 CT 500만원, 하루 입원비 1천만원, 자연분만 2천만원, 제왕절개 4천만원, 맹장수술 8천만원, 심장수술 2! 병원비가... 건강한 사람도 아플까봐 걱정하다 병을 얻을 수준이군요.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비가 4천만원이라는군요. 다른 병원비 보다 저렴합니다만 한국에 1천배네요.)

 

비싼 병원비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요. 보험증서가 있으면 환자는 병원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거든요.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고 치료비를 개인이 아닌 보험사에 청구해요. 암 수술이나 심장 수술처럼 집을 팔아야 할 정도의 병원비도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은 우리처럼 공공보험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설업체의 보험이 일반적입니다. 가족가입 상품이 2005년 기준 1년에 약 1천만원 정도 인데 비싸더라도 보장성이 좋으면 미국의 의료문화라고 이해해 줄 수 있겠죠. 스위스와 덴마크도 병원비가 비싸다고 소문난 나라입니다.

 

문제는 병원비와 보험료가 평균 소득보다 비싸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보험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료민영화는 >>>생명이라는 뜻입니다. 의료민영화는 보험사의 배를 빵빵하게 불려주면서 전횡을 조장합니다. 보험사는 꼬박꼬박 보험료는 챙기고 병원비 청구가 들어오면 내주지 않습니다. 보험료 지급 요청이 들어오면 보험사는 이 병은 예외야라고 하며 뒤통수를 칩니다. 다큐 속에서 예외사항을 나열하는데 너무 많아서 일부만 알려주는데도 300개가 넘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병인 경우엔 병이 없다고 우기는 겁니다. 일본계 미국인 마리아 와타나베는 일본여행 중에 뇌종양을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보험사 블루쉴드에서는 그녀의 머리속에 종양이 없다고 판정했습니다. 두 나라 의사의 소견이 어찌 이리 다른가요. 어찌된 영문일까요? 그녀는 보험사를 고소했기에 알 수 있어요. 보험사 소속 의료고문이 기각판정을 내린 겁니다. 문서를 보지도 않고 응 병원비 못줘에 싸인했던 거예요.

 

보험사는 의사를 매수해서 병이 없다’, ‘그 나이에 걸릴 병이 아니다등등 과학적 사실과 완전 반대되는 판정을 내리게 했던 거에요. 많이 거절하는 의사는 보험사에서 인센티브를 지급합니다. 양심 선언하는 의사도 있지만 돈을 섬기는 의료문화에 반전을 주지는 못합니다. 보험사측에선 아무도 기소되지 않아요. 정치권에 막대한 돈을 뿌려서 국회의원들을 다 자기편으로 만들었거든요. 90년대 영부인시절 의료보험 개혁을 외치던 힐러리 클리턴도 국회의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의료복합체의 로비를 받았습니다.

 

병원은 치료비를 보장받아야 진료합니다. 병원은 돈이 많이 들 것 같은 병은 당장 치료하지 않고 보험사에게 결정을 기다립니다. 보험사는 대체로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죠. 돈이 지급 될 때까지 병원은 손을 놓고 있고요. 환자는 병원에 치료를 요청하고 보험사에 재소하는 동안 병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릅니다. 급성질환에 걸린 환자, 수술이 시급한 환자라고 일단 치료하고 나중에 따져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병원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거절합니다.

 

그렇다면 보험이 보장하는 병과 보장하지 않는 병을 잘 따져보고 가입하면 되겠군요?

 

여러분, 마이클 무어가 보여주는 것은 시스템의 무능이 아니에요. 시스템의 횡포이고 사기입니다. 이 다큐는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다큐가 아니라는 걸 감독은 분명하게 밝힙니다. 식코는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이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초점 맞춥니다.

  

운 좋아서 병력이 보험내역에 들어있다고 칩시다. 일단 보험사는 병원에 병원비를 일단지급합니다. 그리고는 고객을 보험사기용의자처럼 대하며 특별조사를 시작합니다. ‘같은 병은 재지급하지 않는다’, ‘병력을 숨기고 보험에 들었다등등 갖은 이유를 들어 병원비를 다시 뺏어갑니다. 보험사는 꼬투리만 전문적으로 파는 병원비 회수 탐정’(?)을 외주로 고용합니다. 별 더러운 직업 다보겠네요.

 

법정소송이 모두에게 허락된 건 아니에요. 변호사 선임도 돈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는 의료복합체입니다. 기업이 비싼 변호사 여럿 고용해서 나서면 소송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요. 병원비에 소송비용이 얹어지면 손자까지 빚쟁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만약 회원이 소송에서 이길 정도로 방구좀 끼는 사람이라면 보험사는 병원비로 장난치지 않았겠죠.

 

미국사람들이 의료망국에 살아남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캐나다로 가면 됩니다. 캐나다는 한국처럼 의료 시스템이 합리적이에요. 애드리안 캠벨은 캐나다인 친구와 위장결혼을 했습니다. 캐나다의 의료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에서 자궁경부암에 걸렸는데 보험사에 퇴짜를 맞았습니다. “22세는 자궁경부암에 걸리기엔 어린나이라며병원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다행이 암을 치료했고 빚더미에서 겨우 벗어났을 때 악몽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장결혼을 선택했습니다. 이제 그녀는 아이도 있습니다. 법과 생명 중에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고민할 이유가 업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질문합니다. 다른 나라도 의료지옥일까? 유럽으로 견학가는데 미국처럼 의료시스템이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는 선진국은 없었습니다. 야간 왕진시스템이 있는 프랑스와 퇴원환자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영국에서 마이클 무어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6세이하 60세 이상은 약값도 내지 않아도 되는 영국의 의료시스템에 그는 더 멍해집니다. 영국과 프랑스 의사들이 무한으로 희생하지 않으면서 고액연봉을 받으며 윤택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가는 곳 마다 감동이고 충격입니다. 그가 한국에 왔다면 심장마비 걸릴 수도 있겠네요.

 

마이클 무어는 다큐에 출연한 환자 중 생존한 사람들을 데리고 마지막 견학지로 갑니다. 미국의 적국 쿠바입니다. 미국과 쿠바는 모든 것이 반대입니다. 의료수준도 반대입니다. 쿠바는 의료강국이에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의사를 베네주엘라에 취업시켰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고생하고 있는 이탈리아에도 의료진을 급파했습니다. 쿠바는 적국의 병자를 환대하며 약을 주고 진료를 해줍니다. 미국사람들은 자신이 먹던 약들이 사실 100원도 안한다는 사실에 기쁘게 분노합니다.

 

미국에서 보험없으면 중지만 붙이는데 약 7천만원 내야합니다. 이런 세상 원하십니까?

2003, 보험이 있는 가정 중 24만 가구가 엄청난 의료비가 부분적 또는 전면적 이유가 되어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건강보험 없는 가정 중 매 15만가구가 파산했어요. 1980년과 비교해 병원비 파산가정이 무려 20배에 달합니다. 2013년에는 64만이 파산했습니다. 2013년 총 파산가정의 60%가 병원비로 파산했다고 합니다.

 

미국 중산층의 경제상황은 매우 부실합니다. 지난 40년간 주택비용, 대학교등록금, 의료비가 해마다 오르는데 고용불안이 더해져서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유사 중산층으로 변했습니다. 중산층의 위기는 2008 금융위기 훨씬 전부터 보고되었습니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에서는 의료비로 인해 파산을 부분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주택비용 상승과 고용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는 한국에서 만약 의료민영화가 진행되면 미국보다 파열음이 더 크게 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이미 흔들리고 있어서 이전에 없던 충격은 가정경제를 허물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한국은 선진국이 될 자격을 의료복지에서는 분명히 갖추었습니다. 분명 저력이 있는 복지국가이고 시민사회입니다.

 

그 저력이 조금 줄어들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제주도가 의료민영화 시작했습니다. 중국자본으로 영리병원을 지었습니다.. 육지에 올라오지 말란 법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돈냄새가 풍기는 곳에서 아귀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없습니다. 의료민영화가 시작되면 사회복지사가 공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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