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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영상/다큐

빅원

by Cplus.Linguist-유진 2020. 11. 3.

'노동자를 포기하라'

 

쇠락하는 기업이 선택한 생존법칙이라면 슬프지만 인정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러나 주주와 경영진 이익극대화를 위한 방법이라면 있는 힘껏 화를 낼거에요. 전 늘 화가 난 상태네요.

 

노동자를 포기한 기업은 최고 이익에 환호했지만 지역사회는 신음하며 쓰러졌습니다. 90년대는 단기이익 상승이 유행합니다. 단기 수익을 극대화해서 이익을 극대화해서 주가를 올려 배당금을 안기고 임원들은 주가와 연동된 스톡옵션을 받아 부자가 되었죠.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포기당했습니다. 서민들이 모엿사는 지역사회도 버려졌지요. 정부는 자발적으로 하수인이 되어 세금을 기업에 갖다 바쳤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로저와 나에서 플린트시가 GM을 잃으면서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여주었어요.(리뷰 바로가기) 그의 첫 메이져 다큐는 성공했지만 플린트시가 다시 번영하지는 않았어요. 마이클 무어도 실직상태로 지내야했고요. 그는 일이 없는 동안 책을 썼대요. 19961Downsizing This!를 발간합니다. 그는 기업의 탐요과 정치의 방조가 아메리칸 드림은 어떻게 부수었는지 요목조목 알렸습니다.

 

이 책의 판매고는 모든 주에서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그는 50일동안 47개 도시에 출간기념행사를 떠납니다. 빅원은 출간기념행사를 기반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는 사인회와 강연 앞뒤로 각 도시의 대량해고한 전력이 있는 글로벌 대기업 본사를 방문하거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지역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빅원Downsizing This!의 비디오 판이면서 로저와 나의 후속편입니다.

 

빅원, 마이클 무어, 1997

고용불안은 1990년에 더 심해졌어요. 마이클 무어는 해외이전을 앞둔 공장을 방문합니다. 센트렐리아라는 지역에 페이데이(pay-day)라는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이 있습니다.

 

그가 도착한 날이 공장 가동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한 번도 파업을 하지 않은 공장이 처음이자 마지막 집회를 하고 있었는데요. 10~50년 경력자까지 모두 실직당했다고 하소연합니다. 이 공장은 연간 약 300억 흑자를 내고 있었어요. 돈 더 벌자고 노동자를 포기했어요.

 

역외이전이 유행입니다. 밀워키 지역에 있는 존슨 콘트롤스’(Johnson Controls)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가 공장을 폐쇄하고 멕시코 레이노사로 이전합니다. 사람들은 공장폐쇄 소식을 발표 하루 전날 들었다는 군요. 도브, 피죤으로 유명한 P&G93년에 6조 이익내고 13천명 해고했습니다. 90년대는 주식회사가 아닌 회사도 역외이전에 동참합니다.

 

역외이전을 통보할 수 있는 이유는 대화상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1990년에는 노동자를 보호해줄 제도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노동조합이 없으면 정부가 보호해 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없을 겁니다. 마이클 무어는 드모인의 보더스 서점에서 사인회를 열 때 한 사람으로부터 쪽지를 받습니다.

 

마이클, 우리는 드모인 지역의 보더스서점에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합니다. 내일밤 비밀회합이 있습니다. 지금 진짜 노동자들은 보더스에 없다는 걸 아셔야 해요. 오늘은 관리자들만 남아 당신 책을 팔고 있어요. 우리를 당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는군요. [...] ”

 

마이클 무어는 약속장소에 나가서 인터뷰합니다. 어두운 밤에 공원 한가운데서 서서 만납니다. 누군가에게 발각될까봐 불안해했어요. 이들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2가지입니다. 임금이 시간당 2달러 더 받는 것 그리고 의료혜택입니다. 그들은 시간당 6달러를 받고 있는데, 80만원 정도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정도로는 생활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의료비를 공제해갔지만 의료혜택은 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서점 노동자들은 서점 앞에 시위를 하기도 했어요. 마이클 무어는 이들을 서점 안으로 들어오게 했지요. 이후 보더스서점의 뉴욕지점은 마이클 무어의 사인회를 취소했습니다. 책을 더 파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마이클 무어와 노동자가 만나는 것을 더 무서워했어요. 참 이상하지요? 그의 책이 나왔고 누구나 살 수 있는데, 뭘 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집회에 참가한 페이데이 노동자들이 자사의 초콜릿을 장례치르고 있습니다

그는 평범한 미국사람들을 계속 만납니다. 13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승무원, 마이클 무어 사인회에가 열리는 날 해고당한 자동차 영업사원, 말그래도 밤낮으로 일하는 주부, 주지사를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 요구하는 시민들, 나이키 본사 앞에서 취업의사를 표명하는 구직자들... 모두 착취당하다 버림받고 외면받는 평범한 서민들이었습니다.

 

마이클 무어는 탐욕의 끝판왕을 소개합니다. 이익극대화의 황제들은 수감자를 고용한 기업입니다. 봉급은 0, 0달러. TWA라는 항공사의 예약업무는 교도소 재소자가가 맡았습니다. 의류회사인 에디 바우어, 윈도우를 만드는 빌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 스포츠용품 제조 회사 스팔딩, 미국최대 통신회사 AT&T도 재소자를 고용해서 인건비 0원을 달성합니다. 미국의 기업은 돈 한푼 안들이고 이익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고 실현하고 있었어요.

 

배를 불린 기업들은 세금을 오히려 돌려받고 있었습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42개의 기업이 1981년에서 1985년까지 소득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라인이라는 대기업은 1989년부터 4년동안 세금을 한 푼 내지 않아 2000억 절세효과를 누렸습니다. 엑손은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3천억 세금 감면을 받았습니다.

 

기업들은 절세 받아 이익을 늘리면서도 감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IBMGM등 정부의 지원을 받는 테크놀로지 기업 10곳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34만명을 해고 했습니다. 감원으로 얻은 이득은 25천억원.

 

줄돈 주고 받을 돈 못 받은 정부는 쪼들리 수 밖에요. 세수가 줄어드니 공공 일자리에도 감원바람이 붑니다. 예산삭감으로 10년 경력의 보안관이 해고당하기도 합니다. 기업의 노골적인 이익극대화는 해당기업의 노동자에게만 피해주지 않아요. 지역사회를 붕괴시킵니다.

 

마이클 무어는 매출부진과 적자에 의해 해고와 실직을 감행하는 회사는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는 소기업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크지만 몇 개 주에만 영향을 미치는 중견기업에게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에 집중합니다. 이익이 수조단위로 내는 회사가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사람을 자르는 글로벌 기업을 비판합니다.

 

당시 미국기업의 구조조정은 테러와도 같다고 표현합니다. 책 앞에는 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청사 사진과 플린트시의 GM공장 건물입니다. 두 건물 모두 반파되어 있습니다. 그는 속도차이만 있지 삶이 망가져있는 것은 똑같다고 말합니다. 아니 오히려 해고가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아프게 합니다. 테러리스트가 희생자를 염두하지 않고 폭탄을 터트리듯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경영진과 주주들은 실업으로 파탄나는 가정과 지역사회은 안중에도 없이 일자리를 무너뜨립니다. 이 책의 부제는 무장하지 않은 이들의 습격입니다. 은유가 아닙니다. 실제입니다.

 

1995년 4월 19일 폭탄테러로 반파된 오클라호마주 연방정부청사

 

기업이 해고는 창조라고 말할 때 정치인은 동조합니다. 마이클 무어는 말합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다른게 대체 뭐야?” 두 정당은 사람들 앞에선 소리지르고 손가락질 하지만 장막 뒤 행동은 똑같습니다. 기업에 줄을 대고 서민을 배신하는 건 똑같습니다. 정당이 기업보다 서열이 아래죠. 상관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싸우는거 같아요.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거대한 패거리(The Big One)가 전횡하는 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그의 상관처럼 행동합니다. 다큐는 마이클 무어의 스탠딩 코미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연사로 나서 기부금이라고 하면 어디서 누가 보내던 다 받아들이는 정치인을 열거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줍니다. 마이클 무어가 직접 4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가상의 단체 이름으로 유력 대통령 후보에게 정치후원금을 보냈다고 합니다

 

밥 돌에게 사탄숭배자가 100달러

빌 클린턴에게 전국마약재배자협회가 100달러

팻 뷰캐넌에게 낙태찬성론자모임이 100달러

로스 패로에게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아동성애자가 100달러

 

4명중 3명이 수표를 받았습니다. 낙태반대론자인 팻 뷰캐넌이 제일 먼저 수표를 결재했다는 군요. 로스 패로는 아동성애자에게 감사드립니다라며 복붙 감사편지를 보냈습니다. 슬픈 웃음으로 시작한 다큐에는 밝은 아픔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연설이 말미에 마이클 무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이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역겹고 넌더리나는 시대죠.”

 

적절한 수사는 아닙니다. 2020년에 서서 보면 90년대 믹국은 아직 고생문 초입에 있을 뿐입니다. 시작부터 최상급 표현을 써버리면 그 다음엔 말문이 막힙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말해주고 싶네요. ‘바닥은 아직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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