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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잡

by Cplus.Linguist-유진 2021. 1. 20.

미국에서 시작된 2008 세계금융위기의 원인은 위험물질 생산을 방조하고 안전장치를 해체한 결과입니다. 위험물질과 생산팀에 대한 내용은 빅쇼트『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가 잘 설명했습니다. (영화 빅쇼트는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브레드 피드와 크리스찬 베일이 동시 출연한다는 의미 말고는 없네요.) 파생상품이라 불리는 이 폭탄이 설계는 사실 간단한데, 상용되게 된 사연은 좀 복잡하거든요.

 

위험물질 점검팀에 관한 내용은 다큐 인사이드잡으로 충분히 윤곽을 잡을 수 있습니다. 위험물질 제조와 유통은 2개의 법이 통과되면서 가속화됩니다. 상품선물현대화법과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이 파생상품으로 크게 돈잔치를 벌리도록 허용하면서 재앙으로 빠르게 다가갈 수 있게 된거죠. 이 다큐는 초반부에 금융위기의 핵심을 잘 짚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금융감독관의 30%가 은행에 일하기 위해 공무원직을 그만두었습니다. 검사가 자기가 수사하던 사람의 변호인이 된거지요. 감독하던 사람이 피감독기관에 취직을 염두하고 있다면 어찌 관리 감독하겠습니까. 브레이크 없이 흥청망청 쓰고 다닌 아이슬란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때 파산했습니다. 국가가 망해버렸어요.

 

미국은 작은 섬나라를 손가락질 할 처지가 못됩니다. 세계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은 규체철폐의 메이저리그입니다. 법의 형태로 되어 있는 규제는 사람에 의해 제거 될 수 있습니다. 그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정부관료 역시 제거하기도 하고요. 금융규제를 제거하는 편에는 미국에서도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1996년 클린턴 대통령에게 임명된 브룩슬리 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의장은 파생상품을 규제하려고 합니다. 장부에 기재되지 않는 이 15조 시장을 위험하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파생상품 때문에 오렌지 카운티가 디폴트에 빠지고 P&G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지요. 브룩슬리 본 의장은 규제안을 발표하기 전에 초안만 만들어서 반응을 보려했습니다.

 

브룩슬리 본 변호사의 젊은 시절

업계, 정부 모두 난리가 났죠. 은행은 파생상품으로 큰돈을 벌고 있었는데 그걸 막다니요. 월가의 CEO들은 관료를 압박했습니다. 그녀를 죽이는데 앞장 선 사람은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입니다. 본의장을 친절하게(?) 따돌리면서 관료와 의원들에게서 고립시키는 수법을 썼죠.

 

로버트 루빈의 후임 재무장관 래리 서머즈(Lawrence Henry Summers)인데요, 차관시절에 브룩슬리 본을 제거하는데 행동대장 역할을 했습니다. 보고서 초안 때문에 난리가 난 그 때, 월가 CEO 13명이 그에게 찾아갔죠. 그는 그 자리에서 본의장에게 직접 경고 전화를 걸었어요. 차관이 월가 대변인 역할을 한겁니다.

 

학자는 비상경보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보기는 울리지 않습니다. 학자가 잘나가려면 부역을 해야 합니다. 1980년대부터 학계는 본격적으로 규제완화와 파생상품을 지원사격했습니다. 다큐에선 경제학 자체를 타락시켰다고 표현합니다. 학자들은 정부에 직접 들어가 요직을 겸직했어요.

 

부역학자의 원조는 연방은행장 앨런 그린스펀입니다. 위에 언급한 로버트 루빈과 래리 서머즈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은 99년 세계경제위기(동아시아, 멕시코, 러시아)를 해결한 지구방위 삼총사라고 불렸습니다. 삼총사의 팀워크는 이때, 규제와 규제를 하려는 사람을 제거할 때도 완벽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은 학자 시절 링컨 저축은행이 우량은행이며 CEO 찰스 키팅은 건실한 경영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물론 돈을 받고요. 4만달러. 시간이 흐르고 1989년 찰스 키팅은 분식회계로 기소됩니다. 장부를 조작해 수익이 난 것처럼 속이고 투자금을 끌어모았어요. 키팅이 15년형을 받을 때 그린스펀은 연방준비위원회 은행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부역의 선봉에서 방치의 선봉으로 자리를 옮긴거죠.

 

당연히 브룩슬리 본 의장을 찍어누르는데 열심히 일했죠. 본 의장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고 의회에 직접 로비합니다. 1998년 그린스펀 의장은 파생상품은 규제가 불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합니다. 진짜 규제철폐는 사람을 제거하고 법을 제정해서 마무리 짓습니다. 공화당 필 그램 상원의원은 2000파생상품은 규제 받지는 않는다, ‘상품선물현대화법'을 제정할 때 리더로 뜁니다.

 

1999년 5월자 타임즈표지, (좌측 부터 로버트 루빈, 앨런 그리스펀 그리고 래리 서머즈)

폭발물을 많이 만들 수 있게 조치를 취하는 한편 폭발물을 많이 다룰 수 있는 큰 회사를 세우려 합니다. 미국 법에 의하면 은행은 상업은행, 투자은행, 보험회사로 나뉘어야 합니다. 대공황은 위험을 분산하지 않은 결과로 보았습니다. 1933년 은행업을 분리하는 글래스-스티걸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돈 좋아하는 만큼 큰 걸 좋아하자나요. 과거의 아픔은 희미해지고 다시 본색이 드러나요. 큰 은행을 만들고 싶은데 이 법이 거추장스러웠던 겁니다. 그래서 일단 법을 어기고 일을 저지릅니다. 1998년 시티은행은 트레블러 그룹은 글래스-스티걸법을 무시하고 합병합니다. 삼총사는 뒤를 닦아주는데 앞장서죠. ,하원이 마무리를 합니다.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조사와 시정을 하지 않고 뭉겠습니다. 이때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즈와 전임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는 의회에 직접 로비합니다. 의회에서 서로 적대시하던 정치인들은 월스트리트에서는 친구입니다. 글래스-스티걸 법을 무효화하는 글램-리치-블라일리 법, 공식명칭은 금융서비스현대화법199911월 통과시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거부권은, 얼어죽을, 바로 사인하죠. 방화벽을 치우는 것이 과연 인지 의심스럽지만 악당들은 환호했습니다. 로버트 루빈은 시티그룹의 부행장으로 취임, 1500억의 연봉을 받습니다.

 

21세기 들어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상품선물현대화법과 금융서비스현대화법 여기에 IT버블붕괴를 만회하려는 저금리는 초대형 거품을 만들었습니다. 5개의 투자은행, 양대 종합은행, 3개의 보험회사, 신용평가기관 3사 그리고 수십개의 모기지 은행과 수천개의 지역 저축대부조합 그리고 마지막 수백만의 주택투기꾼은 무한한 거품을 전세계에 흩뿌렸습니다. 미국사람들의 집을 담보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을 전세계에 팔아치웠습니다. 위험은 전세계로 번졌고 그 위험이 현실화 되면서 세계금융위기가 시작된거죠. 두 현대화법이 통과된지 딱 8년만에 미국은 폭삭 망해버렸습니다.

 

대침체가 시작된 이후 주택압류가 증가되고 있다

 

다큐의 훌륭함은 여기까지입니다. 40분이 지난 지점에서 맥이 확 풀어집니다. 이미 2개의 법으로 브레이크가 없는 차가 되었는데, 브레이크의 성능과 브레이크 사용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2개의 법이 통과된 다음에 규제기관의 어이없는 퍼포먼스를 다루는 것은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는 월가 금융사의 높은 인센티브 시스템, 신용평가기관의 부정, 정부-학교-업계 회전문, 높은 레버리지를 짧게 훑습니다. 저는 핵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40분 이후 부터는 분노를 쏟을 대상을 나열하는데 그칩니다. 하지만 재미면에서는 옳은 판단입니다. 위기를 일으킨 범인들은 뻔뻔했거든요. 전두엽이 마비된 것 같은 그들의 언행이 우스꽝스럽기도 했고요.

 

이 다큐는 아카데미 상을 받았는데요, 저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더 근원적인 요인을 다루기에는 여력이 모자랐을까요? 이 비디오는 자본이 충분했습니다. 우선 두 악법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법통과에 관련해 부역한 사람들을 더 찾아내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분노의 대상을 찾는 것이 관객을 들썩이게 하는 것이라면 범인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월스트리트 앞에서는 무력한 정보기관과 사법부도 함께 다루면 관객의 감정 폭발은 배가 되겠죠.

 

다른 루트는 시장은 완벽한 기계라는 사고방식도 타겟이 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주택거품 붕괴, 1987년 주식시장 대폭락, 90년대말 초대형헤지펀드였던 LTCM의 도산 정도만 보여줘도 본질에 다가갈 수 있었을 겁니다. 끊임없이 조정과 규제가 필요한 증거가 속출했지만 이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돈이 장땡보다 보수 우파의 세계관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음을 지적했다면 뼈를 바를 수 있었을 겁니다.

 

시민의 삶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모기지는 주택구매자가 어떻게든 갚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모기지를 갚지 못하고 집을 포기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났어요. 사람들은 왜 갚지 못했을까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의료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지요. 대학학비가 급격히 증가되었기 때문이지요. 대침체의 더 근본적인 원인을 후반부에 잠깐 언급할 것이 아니라 더 파고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계가 분명하지만 한 번은 볼만 합니다. 두 악법이 통과되고 생긴 월스트리트와 정부의 야합과 위험천만한 파생상품의 번성을 아주 유려하게 표현합니다. 이 다큐는 더 자세한 인과관계를 파헤치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아주 좋습니다. 빅쇼트, 여기 악마가 있다, 대마불사등 관련도서가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다큐 시청후에는 꼭 도서로 나아가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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