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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위한 리터러시/<팀장의 글쓰기> 기초

06. 자격은 이미 갖추었다

by Cplus.Linguist-유진 2023. 12. 4.

 

여러분은 이미 글을 잘 쓰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당연하고 당연한 것들은 오히려 말해야 합니다. ‘글과 글쓰기에 있어서당연하지 않은 일이 이 사회는 많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아서 당연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당연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수많은 황당한 사건들이 여러분의 잠재력을 가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 제 얘기 좀 더 들어보세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는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린 의학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되었습니다. 무려 고등학생때 이름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 번역하면 출산 전후의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에서 eNOS(내피세포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입니다.(출처:나무위키)

 

조민씨는 2007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으로 일합니다. 이 기간에 논문작성에 참여했죠. 위 논문은 200812월에 학회에 제출, 20093월 심사완료 그리고 20098월에 등재됩니다. 조민씨는 2009년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중 자기소개서에서 논문경력을 기재했고요. 2010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에 입학합니다.

 

해당 학회지는 SCIE 등재지인데, 한마디로 프로들의 세계입니다. 고등학생이 의대생도 학부에서는 배우지 않는 신생아 허혈성 뇌병증에 연관된 유전적 인자를 연구해서 프로에 진출했다. 이 정도만 봐도 전형적인 입시비리이지요. 1저자는 실험기획부터 논문탈고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해야 하는 팀의 리더입니다. ‘실험실 소속이 아닌데다 비전공자가, 그것도 고등학생이, 실험에 2주만 참가하고도 1저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제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험참여도 논문작성도 무자격자입니다.

 

조민씨의 사건이 위화감이 충만한 이유는 장소감(sense of place)’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장소감은 장소에 대한 애착, 유대감, 헌신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저자의 품격, 전주홍, SKEPTIC20, 2019.12) 장소는 전문인의 삶이 구체화 되는 전장입니다. 장소라는 캡슐 안에는 자격, 실력, 윤리 등 직업인이 갖추어야할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한 장소에 소속되기 위해, 또 장소에서 살아내기 위해, 인간은 생을 바칩니다. 한 장소에 소속되어 글을 쓰고 발표한다는 것은 엄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표절과 대필을 대수롭지 않게 보이게 할 정도입니다. 이 사태이후 각 대학은 전수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입시부정사례가 10여건 발생했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슈당시에 관련자(부모, 학생 그리고 브러커) 모두 사법처리 되었습니다. 조민씨와 그녀의 모친 정경심씨는 대학입학 비리와는 별개인 부산대 의전원 진학시에도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정경심씨는 20201223일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조민씨는 비리의혹이 처음 불거진지 5년이 지난 20231019일 입시비리에 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증거에 동의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상식이 사라진 사회에서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은 얼마나 비범한 일인가요! 여러분은 장소감이 결여되었음에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자들과는 완전 반대의 영역에 서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장소에 대한 요건을 완수했습니다. 사회복지관이라는 장소에 들어서기 위해 10대 때부터 20대 중반을 거쳐 중년에 이르기까지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삶의 대부분을 바쳤습니다. 졸업장과 자격증과 수년에서 수십년의 경력은 길가다 주울 수 없습니다. 장소에 소속되는 것은 절대 우연일 수 없습니다.

 

장소에 소속된 것 만으로도 글쓰기 능력은 남다릅니다. 창작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몸담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글감을 발견하고 개념과 개념을 부딪쳐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는 스파크는 복지관에서 자라온 전문가만이 할 수 있습니다. 또 사회복지사로써 쓸 수 있는 글 혹은 써야하는 글을 썼을 때, 최소 자격논란은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안서, 사업계획서, 실천보고서, 경영에세이 등 사회복지사가 접근 가능한 모든 장르를 작성할 수 있고 또 평가받는 루틴 안에 있다는 사실이 매우 조화롭습니다.

 

여러분은 장점을 백분 활용하여 수준높은 리터러시 문화로 구축했습니다. 모든 사회복지사는 각자 자신의 사업을 계획하고 결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모두 글로 표현해야 합니다. 수뇌부에서나 할 일을 말단 직원부터 책임자까지 예외는 없습니다. 이렇게 보고서들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결과보고서와 사업계획서를 발간하죠. 이 막중한 압력을 여러분은 받아냈습니다.

 

이 루틴이 바로 리터러시 문화이고 지식창조 습관입니다. 각자 작성한 보고서를 모아서 출판하는 일은 비범한 문화입니다. 또 모두가 참여한다는 것 역시 특별합니다. 어떤 업계에서 모두가 자기가 할 일을 일일이 기획하고 계획을 세우나요. 연말 연초에 보고서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를 그만두겠다’, ‘사회복지계를 은퇴하겠다는 의미일 정도로 글쓰기는 사회복지사의 삶에 얽혀있습니다.

 

리터러시 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복지의 선구자들이 언어의 작동원리를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글이 나오려면 글을 써야하는 상황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언어지식보다 의무감보다 실천이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언어는 아는 것이 아닌 사용함으로써 가치를 증명하는 도구임을 간파했습니다. 세종대왕, 비트겐슈타인, 조지 오웰만 언어천재인가요? 이 문화를 처음 시작한 분들도 언어천재입니다.

 

여러분 안에 이렇게 큰 힘이 들어있음에도 왜 글쓰기에 항상 목마를까요? 왜 두꺼운 사업보고서를 탈고하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을까요? 이제부터는 글쓰기를 개인이 감내할 수 없다는 것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또는 글쓰기는 경영의 일부이기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르게 표현하면 글쓰기 하나만으로는 지식창조 프로세스를 온전히 운용할 수 없다는 걸 바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욕구는 조직경영에 관한 통찰에서 나옵니다. 욕구가 생겼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이미 잘 해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글을 잘 쓰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제1요건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겐 장소감이 이미 있습니다. 장소에서 지식을 만들어내는 체계도 이미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욕구가 올라 왔으니 충족해야죠. 앞으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 봅시다. 이제 여러 리터러시 문제를 해결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팀장님들이 먼저 힘써주세요. ‘2베이스캠프를 만들 선발대여러분, 파이팅합시다!

 

Radu Flor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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