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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위한 리터러시/<팀장의 글쓰기> 기초

08. 글쓰기를 생활에 맞춰야지

by Cplus.Linguist-유진 2023. 12. 18.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고수의 습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따라하면 정말 되긴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그래도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다르니까요.

 

앞서 보인 고수들의 모습은 과장되고 왜곡되었습니다. 과장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인지한계과 분량제한으로 인한 불가피함입니다. 무언가에 초점을 맞춰서 일정 분량 기술하다보면 한가지 이미지만 도드라집니다. 또 분량이 제한되므로 어쩔 수 없이 편집하게 되고 결국 극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다큐멘터리와 위인전도 같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학계와 출판계에서 보여주는 글쟁이는 글쓰기에 삶을 바친 사람들입니다. 창작과 보도를 목숨 위에 두는 사람들입니다. 글쟁이의 무용담은 과장되기 마련이지만 거품을 걷어낸 실제 삶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부분 전업이고요. 사회복지사는 다릅니다. 생활면면이 아주 다르고 글쓰기가 삶의 우선순위에서도 최상위가 아닙니다. 고수의 노하우를 전부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하지만 쓰는 동안에는 고수 처럼해야 합니다. 완성을 위해 끈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들이 쏟는 만큼 여러분도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한 부분만 따라해라는 모순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순을 끌어 안아봅시다. 고수의 노하우를 해체해서 여러분의 생활에 이식시켜 봅시다. 사회복지사의 생활 안에 글쓰기를 맞춰봅시다.

 

끈기 매니지먼트

분명히 합시다. 쓰는 일을 제쳐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전업작가에겐 죄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글쓰기는 최우선은 아닙니다. 글쓰기는 최대한으로 잡아도 세번째입니다. 가족과 사업을 돌본 후 해야 할 일입니다. 이마저도 한시적입니다. 편집자가 되기 위한 리터러시 훈련을 하는 3년 동안은 3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평사원에게는 연말연초에 글쓰기의 우선순위가 올라옵니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사회복지사의 삶에서 글쓰기는 3순위 밖에 있어야 합니다. 매일 긴장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수에게 느껴지는 장중함을 자기 것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고수에겐 마감이 정해져있지 않기도 하고 계속 마감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마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직군도 있고 본인이 끝을 내야 끝이 나기에 한없이 길어지는 장르도 있습니다. 어떤 케이스에 해당되건 중압감은 비즈니스 문서를 작성하는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즈니스 상황은 한결 수월합니다. 늘 글을 써야 하는 상황도 아니며 마감시간에 여유가 있습니다. 보통 1달에서 4일사이입니다. 비즈니스 문서는 항상 끝이 있습니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자신을 마스터피스 집필을 압둔 소설가에 빙의하지는 맙시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완전 무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생각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언어생활은 대부분 무의식적입니다. 상황이 말을 하게 합니다. 빵집에서 오가는 말들, 가족간 밥상머리 대화, 회의에서 사용하는 소통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준비하고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준비없이도 늘 성공합니다. 연설이나 발표는 사전준비가 필요하죠. 하지만 상황이 말을 하게 한다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언어의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담화는 상황에 제한됩니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할 말과 들을 말을 골라줍니다. 외국에서의 의사소통이 어학원에서 수련할 때보다 수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라이팅도 똑같습니다. 상황이 써줍니다. 아무 때나 글쓰기 연습한다고 모니터 앞에서 각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상황이 주어졌을 때만 글을 써도 글쓰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의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재단에서 전국 사회복지관 50곳에 각각, 사업지원금 1천만원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2주 안에 제안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필자는 당신입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익주 금요일 오후 5시까지 송부해야 합니다.

 

이제 고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행동에 옮기면 됩니다. 상황이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무작정 불굴의 끈기를 발휘하지 않겠습니다. 임무가 주어졌다고 전업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딱 주어진 시간만(이번에는 2주간) 끈기를 발휘하시면 됩니다.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만 정성을 다해 글쓰기를 하세요.

 

벼락치기는 절대 금지. 일필휘지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입니다. 마감 하루 전날시작해서 마감직전까지 몰아치고 뿌듯해하는 것은 초보의 습성입니다. 머릿속 내용들은 뒤죽박죽 엉켜있는데 하루 만에 그것을 다 꺼내고 풀어서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루 동안 내리 달리면 몸과 마음이 매우 피폐한 상태일 것입니다. 충혈된 눈, 짙은 다크서클, 떡진 머리...겉으로 보면 불굴의 끈기를 발휘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는 끈기의 흔적이 담겨 있지 않을 것입니다. 고민의 양이 절대 부족하니까요. 일필휘지는 절대 지양하세요. 벼락치기는 아무리 많이 해도 실력은 늘지 않고 결과는 좋지 않으며 무책임하다는 평가까지 따라올 것입니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나려면 시작해야하고 자주 열어봐야 합니다. 제출마감까지 글쓰기에 집중하는 일수를 많이 잡으세요. 가능한 초고를 빨리 낳습니다. 임무를 하달 받고 1,2일 안에 초고를 뽑아내세요. 초고는 출발선입니다. 퇴고가 글쓰기임을 잊지 마세요. 초고는 매우 심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한올한올 풀어줄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합니다. 글을 써야하는 상황이 오면 평일은 모두 글쓰기에 할애하세요.

 

평일은 모두 글을 쓰는 날이지만 하루 종일 글을 쓰지 않습니다. 체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딱 3시간만 끈기를 발휘합니다. 평일 5일 동안 하루 3시간씩 주당 15시간, 이렇게 2주 정도면 비즈니스 에세이(제안서, 보고서 등)를 낳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3시간동안 끈기를 발휘한다는 이 시간 내내 타이핑을 해야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문서작성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 하는 행위는 읽기입니다. 내 글은 제출할 때까지 계속 읽고 또 읽으며 어떻게 고칠지 생각해야 합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만 활용하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관련 정보와 업무 백서 등등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모두 읽어야 합니다. 비판적으로 의심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의심이 엑기스를 만들어요. 자료를 찾아 분석하고 관련 내용을 추출하여 퇴고중인 원고에 삽입하거나 또는 관련 내용을 제거하면서 읽기와 쓰기는 한몸이 됩니다.

 

주말은 쉬어야 합니다. 몸은 쉬어도 뇌는 일합니다. 영어단어를 외우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거나 부엌에 들릴 때도 뇌는 공부하던 것을 계속 반복합니다. 평일에 씨름하던 여러 요소들이 주말에도 뇌에서 처리되고 있을 것입니다. 잠도 잘 주무세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할 때 잠을 줄이고 성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균형잡힌 식단으로 제때 드세요. 평일의 스트레스로 인해 주말에 폭식하고 폭음 할 수도 있습니다. 집필기간동안 건강은 더 의식해서 지켜야 합니다.

 

뇌는 순간 처리할 수 있는 언어용량이 매우 작습니다.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0.1초입니다. 우리 뇌가 0.1초 밖에 저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속 고쳐야 하는 겁니다. 한 편의 글은 0.1초를 쌓고 허물고 쌓고 허물고 또 쌓은 결과입니다. 여러분은 1주차 동안 끈기를 발휘하여 성을 구축했습니다.

 

2주차에도 끈기를 발휘하여 완성해봅시다. 지난주까지 아리송하고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잘 쉬고 글을 만나면 잘 풀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보이지 않던 오타와 비문도 크게 보입니다. 마감시간까지 루틴을 만들고 계속 퇴고하세요. , 마감시간까지 매일 3시간씩 집중해봅시다.

 

생활관리가 실력이다

비즈니스 문서는 작가들의 작품보다 작성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장소감각을 획득했습니다. 여러분의 뇌는 백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상황이 내용을 선별해줄 것입니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글을 써야하는 상황 안에 있고 지식은 뇌에 탑재되어있으며 필요한 정보는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만약 글 쓸 상황이 아니라면 쓸 필요가 없을 테고 지식이 없으면 임무가 주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없거나 외부로 공개해서는 안되는 정보만 있다면 글을 써야할 상황은 알아서 종료됩니다. 비즈니스 라이팅의 세계는 알고 보면 매우 명쾌합니다.

 

고수를 따라합시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하지는 맙시다. 생활이 다름으로 따라할 수도 없습니다. , 글을 써야하는 상황에서는 고수를 따라합시다. 마감시간까지 글쓰는 날을 최대한 많이 잡아서 계속 퇴고하세요. 쓰고 읽고 고쳐 쓰고 고쳐 읽는 루틴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많이 고치면 고칠수록 작품은 좋아집니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끝내기 싫어도 끝이 납니다. 마감시간이 끝내줍니다. 주어진 시간만 최선을 다하면 충분합니다. 만족스러운 글을 만나려면 생활을 잘 관리해야합니다. 생활관리는 글쓰기 실력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글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 생활을 구분하고 글쓰기 루틴을 확보하세요. 이 방법을 몸에 익힌 사회복지사가 많아지면 노하우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와 출판사가 찾아올겁니다.

 

Stanisław Gregor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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