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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논픽션

세월호, 그 날의 기록

by Cplus.Linguist-유진 2019. 11. 19.

세월호 참사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빛에 가려진 한국의 본모습입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썩어서 국가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람보다 돈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수백, 수천만명의 행동으로 초단위 발현되는 나라에선 언제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고 사건입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겁니다. 아직 거대한 불행이 아닐 수도 있어요. 아직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정신 차려야지요. 아닌건 아니라고 선을 그어야지요. 부당한 일을 만났을땐 지적하고 목소리내고 사임하며 표출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선택의 기로에서 돈을 포기하고 생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불행은 자리 잡을 수 없을거에요. 먼 여정의 첫발은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입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늘 돈을 선택하면 어떻게 참사로 이어지는 아는 것이 재발방지의 첫단추입니다.

 

『 세월호 ,  그 날의 기록 』 , ‘ 진실의힘 ’  세월호 기록팀 ,  진실의 힘 , 2016

 

세월호, 그 날의 기록, 노란리본 단 가방 안에 담겨있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은 인권을 수호하는 재단법인 진실의 힘소속 세월호 기록팀이 지었습니다. 한겨레21의 정은주 기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이 프로젝트 팀은 세월호 관련 기록과 자료를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진실을 밝히려 했습니다.

 

세월호 선원 해경 청해진해운 관계자에 대한 재판기록, 세월호 인허가와 관련된 소송 기록, 진도VTS 등 구조책임기관에 대한 수사 및 공판 기록 그리고 세월호 특조위의 청문회 기록 등 15만장의 기록과 3테라바이트가 넘는 자료를 10개월간 분석, 검토하였습니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1<그날, 101분의 기록>415일 오후 520분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시작부터 16일 오전 1030분 세월호 완전침몰까지 상황을 세월호 승객, 세월호 선원, 청해진해운, 해경의 시점으로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각종 교신내용과 학생들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영상 그리고 가족과 친구간 나눈 메시지를 중심으로 사고를 재구성했습니다.

 

2<왜 못 구했나>부터 본격적인 인과관계를 담았습니다. 사고 당시 관제실패부터 구조세력간 소통부재 그리고 현장구조 실패까지, 유가국가의 구난시스템이 어떻게 마비되었는지 확인해보세요.

 

“영화 보면 다 그러잖아? 지하철도 그러잖아? 안전하니까 조금만 있어달라고 했는데 진짜 조금 있었는데 죽었잖아. 나머지 나간 사람들은 살고.”

- 김시연 학생의 휴대전화에서 (64쪽)

 

3<왜 침몰했나>는 세월호의 부실한 상태를 전하고 사고원인에 대해서 추론했습니다. ,개축한 세월호는 복원성이 약한 배였어요.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머리에 무거운 보따리를 이고 간다고 떠올려보세요. 다리는 부실한데 상체는 비대해서 휘청하면 다시 서기 힘들어했습니다. 사고도 잦았어요. 안그래도 불안한데, 화물은 초과 적재했어요. 과적하지 않으면 망하는 배였거든요. 사고당시 1077톤을 초과했습니다. 게다가 화물 고박도 제대로 하지 않았어요. 원인모를 급변침으로 배가 기울었을 때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약한 복원력은 더더욱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세월호에는 부실과 불량과 불법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지만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습니다. 이 따위 배가 도대체 어떻게 영업을 하게 된 걸까요? 4<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청해진해운이 절차마다 불법을 저지르며 해운시스템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세요. 뇌물 앞에선 규정보다 관행의 손을 들어주는 현대판 탐관오리도 만나보세요.

 

감사: 검사원들에게 돈을 주면 효과가 있는가요.

송기채(청해진해운 여수지역본부장): 예, 지적을 하려다가 지적을 아예 하지않거나 지적 사항을 줄여줍니다. (515쪽)

 

마지막 5<구할 수 있었다>는 마치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짧고 선명합니다. “구할 수 있었다”.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프로젝트님은 기록의 산을 올랐나봐요.

 

부실한 배가 유입되고 사고가 나는건 어쩔 수 없다고 칩시다. 그러나 전원구조 실패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근처에 출동한 최소 해경병력만으로도 구조가능했습니다. 선원들이 안내방송을 제때 제대로 했다면, 구조매뉴얼대로 행동했다면 구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어선이 많았어요. 도우려던 지도선과 어선을 해경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았지요.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세월호가 좌초된 건 아침이었어요. 수온도 기온도 구조를 방해할 수 없었어요. 여건도 세력도 모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퇴선명령은 없었습니다. 구하지 않은거에요.

 

재난구조는 신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 아닙니다. 국가의 일입니다. 시민들은 재난 현장에서 공무원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법과 규정에 정한 대로, 권력을 행사할 때 내세우는 명분에 합당한 수준의 책임감과 판단력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하라고 요구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요? 무능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색해요. 아쉽게도 이 책은 이에 대한 독자적인 조사는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록과 자료를 통해 본 의혹은 각 부가 끝나는 <부록>에 잘 정리되어있습니다. AIS항적 분석 필요, 해경의 초동대응실패를 은폐하려는 배후, 국정과 세월호의 관계 등 앞으로 밝혀야할 사안들을 최대한 담았습니다. 세월호를 계속 주시해주세요.

 

추모는 잊지 않는 다는 뜻이 담겨 있어요. 기억해야 추모할 수 있죠. 사실만을 기억하려 한다면 결국 잊혀집니다. 인과관계를 꼼꼼히 따져야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따질 수 있어야 추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서는 추모입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많으면 진실은 더 빨리 떠오르기에, 다시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기에, 제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왔습니다. 이 책을 권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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