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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논픽션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by Cplus.Linguist-유진 2019. 11. 6.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홍기빈, 책세상, 2001

경제학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시장경제 체제는 불안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구조불안은 생계불안으로 이어집니다. 불안은 사람들이 돈을 무한대로 탐내는 동력임을 알았습니다. 그는 호혜적인 선물과 교역으로 시장경제를 대체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는 가정을 관리하는 하부기술에 불과해야할 일개 재물획득술 중 하나가 제일 가치 있는 행위로 대두 되는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봤습니다. 호빵을 호빵으로 보지 않고 가치가 있는가라는 프레임을 지적했습니다. 돈벌이를 가치 리스트 최상부에 놓는 일은 좋은 삶, 행복한 삶, 인간다운 삶을 해친다고 봤습니다. 결국 한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공동체도 와해시킬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그의 지혜는 이제 상식이지만 우리는 선현의 말씀에 얼마나 지루해하나요. 얼마나 빨리 한 귀로 흘려버리며 얼마나 격렬하게 흰소리라고 몰아붙이나요. 반응이야 어떻든 그의 경제관은 이제 상식입니다. 그 상식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비상식적인거지. 비상식에서 상식으로 갑시다. 부의 90%를 거머쥔 1%가 쌓아올린 거짓말의 세계를 부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재설계해 나갈 때 아리스토텔레스를 찾아가는게 가장 상식적인 행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두꺼운 책 니코마코스 윤리학로 바로 달려가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를 보는 눈을 기르려는 사회복지사에겐 200쪽 짜리 축약본이면 충분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는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홍기빈이 30대 박사과정때 썼어요. 그는 세계화와 IMF에 절단났음에도 정신 못 차리던 한국사회에 밀레니엄 초기에 아리스토텔레스를 소환했습니다. 이 책은 지난 번에 소개한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의 학술버전입니다. 살림/살이 경제학2장과 3장에서 기술한 경제의 어원과 경제학의 기원은 이 책에서 더 자세하게 설명되어있습니다.

1장은 현대에서 경제의 의미를 알아보고 매우 제한적인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음을 비판합니다. 2장은 역사적으로 경제의 의미를 알아보며 경제 본연의 의미를 찾아나갑니다. 3,4장은 시장경제가 처음 등장한 아테네 사회를 그리며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사상을 살펴봅니다. 5장에서는 돈이 단독 1위로 등극하는 300년의 격변을 브리핑합니다. 6장은 12세기 이후 경제사의 흐름 속에서 그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음을 확인합니다.

먼거리 도시와 교역을 위해 화폐제도가 시작되었는데 아테네에선 화폐가 양이나 옷감과 같은 수준의 교환수단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아테네의 민주정은 시장경제를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비뽑기로 관료를 뽑던 아테네의 민주정은 수집과 분배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관료기구를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구입하도록 유도해야 했습니다.

시장경제는 그리스가 지중해의 실력자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원전 450년 그리스의 폴리스 연합체인 델로스 동맹은 페르시아를 몰아냈습니다. 폴리스의 맹주로 추대된 아테네가 강한 해군력을 제공하며 다른 폴리스의 공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해전의 핵심은 빈민이었어요. 유행했던 중무장 보병이 되지 못해도, 다시말해 갑옷 마련할 돈이 없어도 참전해서 공을 세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빈민의 지위가 올라갔고 이들에게 급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임금을 주기 위해 공사를 벌여야했고 돈을 구하기 위해 식민지를 착취했습니다. 민주정이 제국주의라니... 대공황때 대규모 공사를 벌여서 돈이 돌게 했던 뉴딜정책은 케인즈가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고대 아테네에 이미 있었어요. 아테네가 스파르타와 전쟁할 땐 성안으로 불러들인 평민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신전 공사를 벌였습니다.

시장경제가 발달하니 자급자족 경제가 희미해졌어요. 가정경제를 꾸리지 못하는 평민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은 더 높은 급료와 고용안정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공짜 연극과 연회도 열어야했습니다. 아테네 사회는 타락해갔습니다. 방위는 용병에게 맡기고 정치 참여는 수당을 받는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화폐와 시장경제를 도입해서 민주정을 발전시키려 했지만 결과는 민주정의 퇴보, 타락한 인민을 낳았습니다.

혼란한 아테네에 철학 트리오가 등장합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다. 트리오의 대장 소크라테스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아주 낯선 질문을 합니다. “인간의 덕이란 무엇인가?” 다시 말하면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를 묻는거에요. 인간다움은 세가지 질문을 함의합니다.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그 대답을 얻을 수 있나?’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교육시킬 수 있는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전은 전인(全人)교육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폴리스라는 공동체를 통해 삶의 문제들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의 모든 측면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홀로 살아갈 수 없고 관계 속에서만 더 높은 차원의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공동체가 기본단위인 사회설계에선 자급자족 그 이상의 경제체제를 함께 고민할 수 밖에 없스비다. 가정을 넘어 폴리스 단위의 경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폴리스를 기본단위로 여겼다는 것은 시장경제 집어치우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라고 퉁칠 수 가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공동체가 와해될 수는 있지요.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들을 가만 놔두면 폴리스의 단합이 깨진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는 시장경제 관리를 고민한 첫 번째 학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은 무한하더라도 수단의 양은 그 목적에 제한된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물자는 제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한 기술은 다른 기술에 종속된다고 보았습니다. 가정을 잘 관리해야할 기술 중에서 물자공급은 당연히 가정관리의 하부기술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구하는 기술 역시 좋은 삶에서 관리해야할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그의 지혜는 실천하기 전혀 어렵지 않아요. 지름신에게 그게 지금 나에게 왜 필요한데?’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번뇌는 순간 소멸한답니다. 필요한 이유 알았다 하더라도 대부분 무한하지 않잖아요.

그의 경제사유 중 탁월한 것은 상품가치와 교환가치 사이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통찰입니다. 구두는 구두의 역할을 하면 족하잖아요. 구두가 얼마의 가치인가라는 질문은 불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상품가치와 교환가치를 연동하는 시각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이른바 가치주를 사기행위라고 여겼습니다. 그는 영리적 상업에서 오는 이윤을 동물이나 식물에게서 오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이들을 희생시켜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교환도 일어나지 않는데 돈이 불어나는 하물며 고리대는 얼마나 혐오스럽게 여겼을까요. 이 돈을 불리는 일에 모두가 몰두하면 이성을 개발하며 전인으로 성숙해지는 인간의 여정은 떠날 필요가 없는, 발을 내딛지 않아도 되는 뻘짓이 된다는 걸 예견했습니다. 가정관리 기술의 중 하나인 돈벌이 기술이 1위가 되면 윤리가 소멸합니다.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고민은 지지리 궁상떠는 일로 전락해버리지요.

그의 해결은 호혜적인 선물과 교역으로 시장경제의 불안함을 매우려고 했습니다. 그의 해결책이 미적지근한가요? 모두의 욕망과 필요를 단숨에 관리하는 마법 뿅망치는 당연히 없잖아요. 있다해도 그건 우리가 찾아야 할 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계승되고 있어요. 12세기 스토아학파에 의해 부활한 그의 경제사상은 독일의 역사학파, 칼 마르크스, 소스타인 베블린, 칼 폴라니 그리고 존 메이너드 케인즈 등으로 계승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계승하고 있습니다. 2019년 대한민국 복지 현장에서 아리스토텔레지의 정신과 지혜가 실천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사업이라는 스타트업 최신경영기법과 전통적인 행정기법을 혼합한 매우 합리적인 방식으로 그의 지혜는 생활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감격스럽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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