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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논픽션

우리는 빈곤 세대입니다

by Cplus.Linguist-유진 2019. 10. 28.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후지타 다카노리, 박성민, 2016

 

이번 책은 일본의 청년 빈곤에 관한 책입니다. 현대 일본 청년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빈곤에 직면해있습니다. 빈곤의 감옥에 빠진 15~ 39세 청년을 저자는 빈곤세대라고 칭합니다. 현 빈곤세대는 75년생 ~ 04년 생까지 해당되는데요. 이들에겐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계획할 수 없습니다. 청년을 주거와 노동 양쪽에서 청년을 착취하는 구조 안에서 어린이는 빈곤청년 예비군일 뿐입니다. 소득이 나아지지 않는 청년은 빈곤노인 예비군이고요.

 

일본은 10~20년 먼저 곤란한 문제를 겪으며 한국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는데요. 일본의 불행을 미리 봤다고 해서 우리가 피해간적은 없습니다. 1990년에 발생한 일본의 부동산 버블붕괴 같은 부동산 발 경제난이 한국에서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년문제 만큼은 일본과 동시대에 앓고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온 일본을 한국으로 고쳐써도 위화감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더 안좋습니다는 의견도 있어요. 경제학자 우석훈은 한국의 젊은이가 더 가난하고 허약하다고 발언했습니다.

 

저자는 현장에서 청년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골몰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그 역시 빈곤세대입니다. 저자는 ‘청년은 약자이기에 사회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례와 각종 통계로 빈곤세대를 분석하며 사회복지 필요성을 주창합니다.

 

세대의 빈곤 상황을 살펴 볼 때는 주거복지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북유럽에서는 복지는 주거에서 시작해서 주거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역시 복지선진국들은 본질을 외면하지 않고 정책으로 잘 발전시켜 문화로 만드는 군요. 주거 안정은 심신의 안정 그 이상입니다. 주거복지는 복지이자 경제정책인데 일본 정부(그리고 한국 정부)는 손 놓고 있습니다. 골치아픈 문제는 민간에 떠넘겼습니다.

 

이 책에도 주거 불안이 모든 걸 뒤흔든다는 사례가 계속 나옵니다. 상황이 나은 사례를 먼저 보겠습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34세 가토씨는 수급액의 40%를 주거비로 냅니다. 소득대비 주거비가 30%가 넘으면 주거 빈곤층에 해당됩니다. 생활보호대상자도 주거빈곤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숙소를 전전하거나 길에서 자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본권을 지킬 수 있는데, 청년은 복지을 받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청년은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좀처럼 연결시키지 못하니까요. 이 시대의 청년들인 자신이 복지 대상자라고 생각하지 못한답니다. 막상 도움을 얻으려 관공서에 간다고 해도 공무원의 위압적인 태도와 신청거부로 인해 복지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청년들은 어디서 자나요. 돈이 없어서 월세방에서 내쫓기고 창문없고 화장실도 없는 불법쪽방을 거쳐서 친구집을 전전하다가 노숙에 이릅니다. 저소득층 청년의 25%가 노숙경험이 있습니다. 부모 집을 떠나 독립을 시도했다가 실직이나 병환 또는 임대료 상승으로 살 곳을 잃고 게임방도 캡슐호텔도 아닌 곳을 전전하는 루트를 따라가는 사람이 수백만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부모집으로 돌아간 청년에게 재진출은 꿈을 꾸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연애, 결혼, 출산이 멀어지는 겁니다.

 

집 빌리는데 돈을 반가까이 쓰면 아껴먹게 됩니다. 아껴먹는 것 또한 사정이 좋은 청년일겁니다. 저자의 복지센터에는 영양실조 상태로 찾아오는 청년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상담이나 식사대접을 하기보다 앰뷸런스를 먼저 부른 적도 있다고 합니다. 빈곤세대는 결식에서 벗어나도 정크푸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빈곤층은 값이 싼 정크푸드만 먹다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비만해집니다. 자본이 인간보다 더 귀한 대접 받는 곳은 어디나 비슷해요. 흙밥 먹는 사람이 정신건강이 좋을 리가 없지요. 우울증에 걸린 것은 이슈거리도 안될 정도로 사례가 많습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실직이나 병환이 덮치면 그나마 남은 안정과 평화도 지킬 수 없습니다.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기면 되자나?’라는 질문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질문입니다. 직업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청년이나 대학생에게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청년에게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이나 학교생활과 양립할 수 없는 블랙아르바이트로 흘러 들어갑니다. ‘블랙에서는 위법이 다반사입니다. 임금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물품강매, 공갈협박 등등 청년은 일터에서도 괴롭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도 그만둘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취미형 알바가 아닌 생계형 알바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근 20년 동안 부모세대도 가난해졌습니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게 독립을 유예시키고 방하나 내주는게 전부입니다. 대부분 부모의 금전적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데다 학자금 대출까지 있다면 아르바이트는 엄중해집니다.

 

열심히 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열심히 할 곳도 남아있지 않거든요. 비정규직, 파견직이에 비숙련 직업만 많습니다. 열심히 했다간 죽을 수도 있어요. 기업은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인력을 줄입니다. 정규사원이 해야할 일을 임시직으로 돌립니다. 2명이서 해야할 일은 1명에게 몰아요. 과로와 우울증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청년들이 내몰려 있습니다. 압박 받는 청년의 사례는 더 어린 청소년을 꿈꾸지 못하게 합니다. 책 속에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인 유흥업소에 취직하는게 꿈인 여성도 소개합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얻어 빈곤세대를 탈출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대학교수에게 들은 사연을 전합니다. 신임교수가 있는데 학자금대출을 갚아야하는 데다 월급도 애초에 박봉이었스비다. 학자금대출 할부금을 갚으면 생활보호대상자가 받는 돈 보다 불과 30만원 많은 돈을 쥘 뿐입니다. 인텔리에게도 연애, 결혼, 출산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힘들게 하는 것은, 청년과 사회적 약자를 연결시키지 못하는 고정관념입니다. 고정관념이 청년을 결국 나아질 텐데 노력도 않고 징징대는 애새끼로 보이게 합니다. 저자는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것을 촉구합니다. 호황기에나 있을 법한 청년의 행운만을 골라 보여주면서 선인들의 청년예찬을 읊어대며 현재의 청년에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바로 꼰대입니다. 라떼를 너무 좋아해서 현재 세상이 어떠한지 그리고 어떻게 흘러왔고 또 어디로 가는지 인문의 눈이 전혀 없는 아둔한 사람일 뿐입니다. 이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세요. 호황은 끝났고 거품은 터졌고 희망은 사라졌다고.

 

해결해야죠. 그런데 쉽지는 않아요. 이 책에서도 한 챕터를 할애해서 해결책을 내놓는데 구호를 외치는 정도에 그칩니다. 이 부분을 통으로 들어내고 에필로그로 넘어가도 책의 완성도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자 잘못이 있다면 해결에 관한 고민은 본인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두가지를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청년문제는 선택의 순간마다 고성장 버튼을 누른 대가입니다. 권력이 애초에 각을 잘못 잡아서 생긴 일입니다. 책의 부족한 부분을 사회학자 오찬호의 추천사가 채워줍니다.

 

자년들이 빈곤세대가 된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성장 패러다임은 틀렸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를 살피지 못했다는 부차적 실수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진정한 성장이 없었다는 말이다. 청춘들의 현재 고충들은 실패를 교훈 삼는열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

 

독자가 할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면 행동에 옮겨야지요. 그것은 개념을 주변에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 이시대의 청년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국가는 청년은 사회적 약자라고 선언해야 합니다. 세금을 써서 국가적으로 홍보해야할 개념입니다. 청년 스스로도, 청년을 돕는 네크워크 모두 소리 높여, “청년은 약자!”라고 말해야 합니다. 약자에겐 사회복지가 필요합니다. ‘청년 = 사회적 약자 = 사회복지이 등식이 뇌에 자리잡길 바랍니다. 생각을 바꾸어서 세상을 바꿉시다.

 

P.S 제가 주변사람들에게 늘 말하는 청년빈곤해결책이 있습니다. “스무살 되면 방을 하나주자. 결혼을 하면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주고 애를 낳으면 방 3개짜리 아파트를 주자. 아이가 둘이 되면...” 대부분은 어이없어 합니다. 헛소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열변을 토하며 반론하는 이들이 현 상황이 가만 두면 해결될 문제로 보이나 봐요. 제 대책은 '긴급대책'입니다. 청년은 급해요. 청년이 가난하다니요. 흥청망청도 권리인 청년이 흙밥먹고 노숙이라니요. 한국은 아주 급박한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집나눠주기는 상식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황금알을 낳게 해주는게 상식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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