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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논픽션

노인지옥

by Cplus.Linguist-유진 2020. 6. 18.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하면 고령화 사회, 14%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화 사회입니다. 일본은 2005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일본은 1980년대 고령화를 예측하고 준비했지만 초고령화사회에 대응할 정도로 철저하지는 못했습니다. 준비가 다소 덜된 초고령화 국가, 2015년의 일본을 아사히 신문 경제부가 스케치 합니다.

 

‘ 아사히 신문 ’  경제부 지음 ,  박재현 옮김 , 2017

 

인기가 가장 많은 시설은 공공 케어 시설은 특별양호 노인시설입니다. 주로 사회복지법인이 나라의 세금을 받아 위탁 운영합니다. 65세 이상으로 배설 등 자택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이 대상입니다. 특별양호 노인시설은 가성비가 아주 좋습니다. 거주지와 식비를 포함해도 평균 100만원 정도에 입소할 수 있습니다. 보험도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들어가기 쉽지 않아요. 수용인원이 50만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기자만 50만명입니다.

 

여기 못들어가면 민간 유료시설에 들어가야죠. 사설요양소는 특별양호 노인시설보다 1.5~2배 정도 비쌉니다. 도시에서 괜찮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월 200만원은 내야 합니다. 요양소 중에는 몇 달치 계약금도 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노인에겐 가격의 벽은 더 높습니다. 모두가 원하는 곳은 자리가 적고 차선책은 가격이 감당이 안되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케어산업이 급성장합니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데이 서비스는 클라이언트가 낮에는 시설에 나와 돌봄을 받고 저녁에는 집에 돌아가는 서비스입니다. 배변, 식사, 거동, 인지 등에서 골고루 약간씩 돌봄이 필요한 애매한 등급의 노인들이 여길 이용합니다. 법적으로는 낮 서비스만 이용해야 하는데, 이 업소에서 숙박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숙박 데이 서비스가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많은 가족들이 사정은 다르지만 저렴한 가격에 24시간 노인을 돌봐주는 서비스는 똑같이 강하게 원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니즈를 맞춘 사회복지산업은 성장합니다. 돌봄복지그룹(Japan Care Welfare Group)은 사기업입니다. 2014년 직영점과 가맹점이 800개에 이릅니다. 프렌차이즈 브랜드 단란한 집를 소유한 일본 돌봄사업 주식회사도 300개 업소를 보유했습니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소문난 정원 10명의 소규모 데이 서비스 업체가 난립합니다. 돌봄 필요도가 높은 노인을 받으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3천만원. 10명 정원의 낡은 주택을 임대하고 사람을 4명을 쓴다고 해도 고수익 사업입니다.

 

수익이 괜찮은데도 돈 더 벌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아요. 수익강화는 부실한 케어로 귀결됩니다. 사업자는 시세보다 20%정도 싸게 집을 구합니다. 시설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싸게 빌리고 실제로 조금의 시설보수도 하지 않으면서 지출을 줄입니다. 데이 서비스의 가치는 오로지 업주의 이익극대화. 도배도 타일공사도 수리도 문턱제거도 하지 않습니다. 야간에는 관리인력도 줄입니다. 밤에는 관리인원이 적어 입원으로 그칠 일이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작은 집에 10명이서 다닥다닥 붙어서 생활하니 위생에 문제가 있습니다. 한 요양소에서 토사물 청소를 방치하다 입소자들이 노로바이러스에 2차 감염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얼마나 취약할지 상상이 되시나요? 개인 사생활은 있을 수가 없지요. 되는대로 배정해서 혼숙을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사이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더 아끼려는 업자는 무허가 업소를 차립니다. 무허가 업체의 인권사각은 더 넓고 안정성은 더 떨어집니다. 업자 중에는 고의 부도를 내 야반도주하는 악당도 많습니다. 이런 난리통에 해결할 의지도 실력도 없는 정부는 염치까지 없습니다. 그들은 정색하며 이렇게 말해요. ‘이 가격에 무허가 밖에 더 있어?’

 

업주들이 욕심 내니 노인복지의 존립이 위태로워집니다. 고용인원을 줄이고 저임금을 동결해서 인건비를 줄입니다. 이는 제살깍기입니다. 20149월 도쿄 도심에 위치한 공립요양원인 특별양호 노인시설에서 새로운 입소자를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우미 30명 중 직원 3명이 연달아 퇴사했는데 이후 업무가중을 해결하지 못하고 10명이 추가로 잇달아 퇴사하면서 기능이 마비됩니다. 노인 2~3명에 도우미 1명 꼴로 채용하지 못하면 결국 대형사고로 이어집니다. 화재나 지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겠죠.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입소자를 학대하는 도우미가 입건되는 일이 뉴스 끄트머리에 살짝 나올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스트레스에 번아웃된 숙련자들은 업계를 떠납니다. 전공과 무관한 직장으로 이직합니다. 월급이 적어져도 다시 돌아가지 않습니다. 숙련자가 줄면 산업이 위태롭습니다. 독이 깨진데다 물이 채워지지도 않습니다. 한 계층이 쇄락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신인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복지사 양성 학교가 2008435개에서 2013378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정원수 70%를 채우지 못해 학과를 폐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따기 쉽게 법을 바꿨지만 전혀 유인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공립 복지관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자본주의 우등생 답게 공공부문도 돈을 밝힙니다. 몇몇 사회복지법인의 경영진은 노인요양원을 연금과 국고보조금을 착복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습니다. 비전도 미션도 망각한 곳에는 채용비리, 매관매직, 입찰비리 그리고 상부기관 뇌물수수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인구 3만의 히라가와시는 시의원 20명 중 15명이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장에게 뇌물을 받아 관련자 모두 구속됐습니다. 정부가 사회복지법인을 관리감독 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드는군요. 이런 사례를 보면 복지계 최정예 전문가마저도 입소자의 안녕을 책임일 수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문제는 그나마 굴러가는 노인복지 시스템이 앞으로는 더 부실해질 거에요. 연금이 바닥나고 있거든요.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금을 낼 생산인구가 적어졌고 세금낼 사람이 줄어드니 연금도 말라갑니다공무원 연금과 직장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가 부정과 투자실패로 노후자금을 한방에 날리기도 합니다. 여기에 각종 연금공단은 채용비리와 낙하산 인사로 제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는 노인이 아닌 사람의 삶에도 스트레스가 증가합니다. 연금공단은 세금을 더 강압적으로 거둬들이는데 보험을 차압해가기도 합니다. 세입을 무리하게 늘리면서 반대론 지출을 부당하게 줄입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도 혜택과 대상자를 줄이고 병원에 지급하는 수가도 줄입니다. 장기입원환자의 수가는 더 낮아서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을 종용하는 것은 병원 경영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대신 무허가 요양원이라도 알아봐주는 친절을 제공합니다.

 

초고령화사회의 일본을 보았는데요, 한국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풍경이라 위화감이 없으시지요? 한국도 양극화를 방치하는 격차사회고요. 한국은 1인 가구와 딩크족을 합치면 1300만 세대, 50%가 넘습니다. 출산율을 1.0이하 노인 자살율은 OECD 단독 1위입니다. 와중에 삼성 이재용 회장은 승계를 고집하다 국민연금에 6천억 피해를 끼쳤고요. 그런데 한국은 아직 고령사회입니다.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합니다. ‘노인지옥은 한국에 어울리는 제목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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