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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논픽션

노후파산

by Cplus.Linguist-유진 2020. 9. 2.

노후파산은 고령자의 생활을 지탱하는 돈 문제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노후파산은 연금으로 생활하던 고령자가 병이나 부상 또는 이외 요인으로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어 파산에 이르는 과정을 말합니다. 2016년 당시 독거노인 200만명이고 연금만으로 근근이 생활하다 병에 걸리거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생활을 파탄을 맞이한 노인은 6백만에 달했습니다. 전 인구의 약 6%, 노인의 20%가 망한 겁니다. 지금 2020년에는 숫자도 비율도 더 늘었을 겁니다. 일본정부가 사회보장비를 계속 줄이고 있거든요.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6

 

일본은 노인들이 파산에 도달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긴 했습니다. 우선 생활보호라는 바리케이트를 준비해놓았습니다. 생활보호는 연금액이 생활보호 수준 이하일 경우 인정받는 권리입니다. 생활보호비는 월 130만원 정도인데 노동수익이나 연금수익이 이 금액을 밑돌 경우 생활보호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130만원에서 노동 또는 연금 수익을 제한 차액을 지급합니다. 만약에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면 임대료분을 보전해줍니다.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무상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생활보호대상자이 노인의 비율은 10%에 불과합니다. 연수입 1200만원 미만인데도 생활보호를 받고 있지 않는 사람이 200만명. 노인들은 연금을 받고 있으면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권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노인이 들이 더 많습니다. 독거노인에겐 생활보호만 유일한 안전처인데, 그것을 당사자가 모르고 있습니다.

 

홍보가 안된걸까요, 안 한걸까요? 저는 안했다고 봅니다. 사회보장비를 줄이려는 일본정부의 꼼수로 보입니다. 노인들은 생활보호비를 신청하러 혼자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젊은 직원에게 큰소리로 혼나기도 합니다. 상담수도 적어서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공서가 수급자를 밀쳐내는 장면은 청년빈곤 관련 도서에도 자주 나옵니다. 노인이던 청년이던 자기 탓하도록 만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전략이 아닐까 저는 의심해봅니다.

 

생활보호제도는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하며 디자인되지 않았습니다. 저축액이 한국돈으로 1천만원이상 있으면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노인들은 1천만원 이하로 저축액을 깰 생각을 안합니다.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생활보호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감히 통장에 있는 돈을 쓰지 못합니다. ‘부인 장례비로 아껴둔 돈은 절대 헐지 않는다’, ‘거동할 수 없을 때 돌봄서비스 비용으로 쓰겠다’, ‘늙어서 자식에게 폐끼치기 싫다등 비상금은 용처가 분명하면서도 존엄을 지키고픈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생활보호제도는 좋은 제도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는 탁상행정입니다.

 

집을 소유해도 생활보호를 받을 수 없어요. ‘집을 보유한 노인이라면 부자라는 생각이 들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대부분은 작은 집 한 채입니다. 이 집을 무조건 팔라고 하는 것은 문제해결책이 아닙니다. 작은 집이나 임대주택으로 옮기고 난 후 차액은 결국 병원비로 다 써버리면 그때 또 노후파산을 고민해야하거든요. ‘집이 없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일본 정부는 집의 가치를 따져서생활보호 대상자 심사를 합니다. 주택소유자라고 무조건 생활보호 대상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역시 홍보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파산을 아직 맞이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면서 사는 것입니다. ‘안정된 노후?’는 미래에셋 광고에나 있어지요. 현실에서는 잔고 0원에 이른다기 보다 0원에 이를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사는 노인이 더 많을 겁니다. 돈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음식섭취의 양과 질 모두 낮춥니다. 식사는 하루 1끼 뿐, 한끼에 1,2천원 정도의 식비로 연명하는 수준입니다. 식비 뿐 아니라 전기까지 아끼려고 TV를 보지 않는 노인도 있고 전기가 끊겨서 어둠속에 지내야하는 노인도 있습니다.

 

병원에 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진통제로 버팁니다. 집에서 앓다가 고독사로 이어집니다. 일본 사람들은 자기 이외의 사람에게 폐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폐를 끼쳤다고 인지하면 수치심을 느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젊은이는 증발하고 노인은 증발할 기력이 없으니 자살합니다. 1998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노인자살율은 20173000억원을 투입하고서야 감소로 접어들었습니다.(노인자살율 1위 한국이 자살방지에 쓰는 돈은 90억입니다.) 이 책은 2015년에 일본에서 발간되었으니 노인 자살의 최정점에서 취재했겠지요.

 

생활보호비를 지급한다 해도 파산걱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빈곤선 저 아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거비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생활보호 130만원도 50%이상이 주거비로 나갑니다. 소득대비 주거비를 나타내는 RIP지수는 100만원 중 30만원, 그러니까 30만 되어도 주거 빈곤에 포함됩니다. 노인들인 아주 심각한 주거빈곤에 시달리고 있는거에요. 노인임대 주택으로 이사하면 월10만원에 거주할 수있는데, 이사비용이 없어서 못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금으로 살 수 있는 공공주택도 부족합니다.

 

배우자와 사별하면 홀로 남은 독거 고령자는 노후파산에 더 빨리 노출됩니다. 배우자가 남편이 살아있을 때는 연금으로 적자를 면했지만 홀몸이 된 후는 계속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축액이 점점 줄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 집까지 잃으면서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 것이지요. 농업이나 자영업등 회사를 다니지 않아 후생연금이 없어 연금이 반토막인 사람들도 같은 추세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고령화 사회에는 노인만 고통받지 않습니다. 노후파산을 바라보는 40대 이후 장년층은 벌써 불안합니다. 취업난이 10대 교실에도 영향을 미치듯, 터프한 고령화 사회는 장년은 물론 청년까지 움츠러들게 합니다. 어찌할 바를 그 누구도 모른 다는 것이 정말 괴롭습니다. 가장 난감한 것은 열심히 산 사람들도 결국 파산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일본 스스로가 칭송하는 장인들도 파산의 범주에 있다는 것입니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제상활을 제외하고 결국 모두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 셈이지요.

 

한국은 일본 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릅니다. 청년의 절대수도 일본 보다 적고요. 일본처럼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닥칠 미래이지요. 포기할 것인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을 내디딜 것인가? 선택해야할 때가 정말 금새 올겁니다. 지금 바람은 어려움을 만났을 때 약자인 당사자에게 원인과 결과를 뒤짚어씌우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고령화사회에 노인문제를 혐오로 대하는 시민이 많아진다면 그땐 문제해결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도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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