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도서/논픽션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by Cplus.Linguist-유진 2021. 2. 2.

2008년 월스트리트발 세계금융위기를 이해하려면 세가지를 다루어야 합니다. 다이너마이트 창고 옆에 유류 창고를 붙여 놓은 것 같은 위험한 파생상품(MBS, CDS ), 위험상품을 만들고 굴리는 도박판(금융기관과 정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박에 뛰어든 개미들입니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이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그리고 매끈하게 처리했습니다. 사악하게 복잡한 금융위기를 500쪽이라는 다소 작은(?) 공간에 알차게 풀어냈습니다. 딱 한 권의 독서로 대침체의 시작을 이해해야 한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베서니 멕린  &  조 노세라 ,  윤태경  &  이종호 옮김 ,  자음과 모음 , 2011

 

지역의 모기지 은행이나 저축대부조합(S&L)에서는 집주인이 사인하면 발생하는 채권을 두 가지 결정권이 있습니다. 가지고 있을 것인가, 내다 팔 것인가. 대부분의 채권은 주택공기업 (패니메이, 프레디맥, 지니메이)에 가져가서 돈으로 바꿔옵니다. 주택공기업은 대공황시절에 설립되었습니다. 은행에겐 유동성을 공급하여 시민에게 안정을 선물합니다. 채무자는 다달이 갚아나가면 은퇴할 때 즈음 내 집이 생깁니다. 이 순환을 2, 3대가 반복하면 미국은 정말 지상 천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택공기업도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가지고 있던가 내다 팔던가, 두가지 선택사항을 가지고 있어요. 부동산 채권을 묶은 다발을 MBS라고 불러요. MBS를 만들어서 파는 일은 원래 주택공기업이 하던 일입니다. 공기업만 하던 MBS를 월스트리트의 사기업도 탐이 났죠.

 

1980년대에 살로먼 브라더스의 루이스 라니에리, 주택공기업인 페니메이의 데이비드 멕스웰, 그리고 퍼스트 보스턴의 래리 핑크가 MBS를 사기업에 맞게 개량합니다. 개량 MBS를 해외국책은행이나 연금공제회 등에 팔았습니다.

 

월가의 MBS가 처음부터 각광받은 것은 아니에요. 뭐든 처음에는 생소해서 외면 받죠. 주택공기업이나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사기업이 한다니 연기금 펀드매니저들도 미심쩍어했고 신용평가기관에서도 등급매기길 꺼려했습니다. 법도 준비가 안되서 초창기 MBS의 성적은 저조했어요. 그러나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돈 많이 벌면 장땡인 나라자나요!

 

월가는 워싱턴에서 로비를 해서 규제를 풀게 했어요. 지역에서 주택매입인에게 돈을 내주는 저축대부조합(S&L)이 부실해지면서 채권을 싼 값에 살 수 있었어요. 재료 수급이 쉬워지고 판매규제가 풀자 점점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돈이 된다고 소문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큰 은행들도 뛰어듭니다. 거기에 주택공기업이 민영화가 되면서 파이가 더 커집니다.

 

상품이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을수록 더 많이 팔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금융은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을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허리케인이 불어서 동네하나가 없어지면 그 동네 사람들 모두 모기지를 못낼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속하나를 붙입니다. CDS라는 파생상품을 보험용도로 활용합니다. 이 상품은 만약에 당신이 산 MBS가 부도나면 보험사가 돈을 대신 물어준다는 뜻입니다. 미국 주택에 안전하게 투자할 상품이 완성된거지요.

 

CDS는 보험 성격이 강하므로 보험회사의 수익처가 되었습니다. 이 보험을 주로 파는 회사가 AIG였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모기지는 부도가 잘 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니까 부도가 날 확률이 적은 상품이 부도 날 까봐 굳이 든 보험, AIG는 꽁돈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너나 위험분산은 착각입니다. 위험분산은 위험하지 않은 곳까지 위험이 일어날 확률을 밀어넣은 것입니다. 금융에서 신뢰에 100%는 없고 위험도 0%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약속하는 자체가 문제일 수 있어요. 여기에 안전필 도장을 하나 더 찍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이 MBS가 안전하다고 신용등급 AAA로 공인하는 것입니다. AAA는 국가 만큼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요, 미국의 3대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S&P 그리고 피치는 사기업입니다. 그래도 돈 보다는 명예를 중시했습니다. 1990년대 말 신용평가기관이 명예보다 본사 매출액에 신경쓰기 시작했어요. 주가와 연동된 스톡옵션에 탐이난 간부들이 AAA를 남발을 정책으로 정했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이 명예보다 돈을 탐하기 시작한거죠.

 

CDSAAA로 포장한 MBS는 외견상 안전한 상품이 됩니다. 거기다 모기지라는 개념이 더 안전함을 주었습니다. 모기지에는 죽을 때까지 갚는다’, ‘죽어서도 갚는다는 뜻입니다. 부도가 좀처럼 나지 않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 대기업 중 7곳만 받을 수 있는 신용평가 AAA가 붙는다면 부실하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죠. 만에 하나 부실하더라도 보험사가 돈 준다는데 이 보다 더 좋은 상품이 없습니다.

 

불티나게 팔려갑니다. 금융사는 소세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배탈이 안나면 괜찮은 걸로같은 태도로 수천 조를 관리합니다. 이 위험을 지적하는 인사들이 있긴 있었습니다. 브룩슬리 본(선물거래위원회 의장), 로이 반스(조지아 주지사) 그리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모두 머저리 취급당하면서 정치적으로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2000년들어서자마자 버블하나가 터집니다. IT에 몰린 돈이 허공으로 사라집니다. IT버블을 만회해 보겠다고 금리를 내립니다. 대공황때 생긴 각종 은행규제는 클린턴 대통령이 임기 마치기 전에 다 풀었어요. 전세계 투자자들은 고수익 상품을 월스트리트에 요구합니다. 월가는 지역의 은행을 압박합니다.

 

‘MBS 만들어야 하니까 일단 모기지 사인 좀 받아와!’라는 압력이 주택구매자를 직접 만나는 모기지 회사나 저축대부조합에 가해지죠. 안전하게 관리되던 모기지 심사는 구멍이 뚫립니다. 2000년 들어 금리도 내려가면서 마구 대출해주기 시작합니다. 집도 마구 지어요. 투기용으로 집을 사고 파는 플리핑을 안하면 경제관념이 없는 뒤쳐진 사람으로 취급받았습니다.

 

21세기는 파생상품이 핫해집니다. MBS, CMO, CDO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본질은 파생상품이지요. 그 상품 자체에는 가치가 없고 집주인이 가진 주택(이나 기타 자산)과 연동되는 상품입니다. 집주인들이 모기지를 못 갚아 집이 넘어가는 숫자가 쏟아지면 한 나라의 주택가치가 내려가고, 따라서 이와 연동된 금융상품도 폭락을 하다가 휴지가 되는거죠. 그러면 이 휴지를 돈 주고 산 연금공단은 돈을 잃습니다. 평생 부은 연금이 날라가게 되죠. 이 휴지에 투자한 지자체는 도산하고 직원은 실업자가 됩니다.

 

쓰레기를 섞어 만든 소세지를 먹으면 배탈날 확률이 높죠. 실제로 배탈이 납니다. 20083월 베어스턴스라는 5번째로 큰 투자회사가 모기지 손실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도산 직전에 JP모건이라는 상업은행으로 인수됩니다. 모기지를 못갚는 사람이 속출하면서 제일 작은 베어스턴스가 넘어진거에요.

 

다음은 200894번째로 큰 투자은행, 150년 역사를 자랑한던 리먼 브러더스가 무너집니다. 리먼은 정부 구제자금도 받지 못하고 타사에 인수되지 못하고 진짜 망해버렸습니다. 상한 소세지 많이 먹다가 식중독으로 죽었어요. 리먼은 부동산과 연동한 악성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처분하지 못했습니다. CEO 딕 펄드는 1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손에 쥔 건 6천만원이었습니다.

 

아직 안끝났습니다. MBS 하나만 문제가 되었으면 문제는 여기서 끝납니다. 그런데 상품 망하면 돈 준다는 CDS가 문제입니다. MBS가 다이너마이트 창고면 CDS는 유류 창고입니다. 폭발 규모를 가늠할 수가 없죠. ‘파생상품이 휴지되면 내가 돈을 내어줄게!’라고 말한 AIG는 비상금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한거죠. 게다가 컴퓨터 시스템도 후져서 자사 손실을 계산 하지도 못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줍니다. AIG는 정부에게 주식을 넘기고 구제금융, 850억 불을 받습니다.

 

공포는 순식간에 전염됩니다. 투자은행에 계좌에서 뱅크런이 일어나요. 세 번째로 큰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피인수 됩니다. 2위 모건스탠리와 1위 골드만 삭스는 지주은행으로 업종을 변경해서 정부 보호아래 들어갑니다. 마지막까지 쓰레기 채권으로 금융상품을 만든 왕년의 주택공기업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위험이 제거되지 않아 2008년 부시 정부는 7000억 구제금융안을 긴급통과 시킵니다. 서민에게 가야할 혈세는 도박해서 망한 놈들 뒤치다꺼리하는데 쓰입니다.

 

정부의 간섭을 받는 상황을 기업가들은 굴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서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았다면 굴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없을거에요. 서민들은 집 잃고, 직장 잃고, 연금 잃고, 저축 잃고...... 야반도주하고, 노숙하고, 자살합니다. 금융가의 도박은 국가를 거덜냅니다. 이때 입은 경제 타격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 간단한게 정리한게 이 정도네요. 대침체의 원인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정리가 만화로 이해하는 금융위기(리뷰 바로가기)이고 그 다음이 이 책입니다. 월스트리트 붕괴가 아주 체계적인 망조라는 것은 인사와 기관과 상품을 이해할 때 알게 되실 겁니다. 세세한 것들까지 알고 있어야 기억이 나고 기억이 나야 인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절판이네요. 중고가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더 오르기 전에 책장에 한권 비치해두고 두고 두고 열어보시길!

'추천 도서 > 논픽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마불사  (0) 2021.03.17
빅 쇼트  (0) 2021.02.22
가족의 파산  (0) 2020.09.09
노후파산  (0) 2020.09.02
노인지옥  (0) 2020.06.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