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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논픽션

빅 쇼트

by Cplus.Linguist-유진 2021. 2. 22.

영화 빅쇼트로는 2008 세계금융위기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요. 큰 구멍을 화려한 캐스팅으로 때우려다 들킨 졸작이에요. 대안은 원작입니다.

 

마이클 루이스 지음 ,  이미정 옮김 ,  비즈니스 맵 , 400 쪽 , 2010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가 정사라면 빅쇼트는 야사입니다. 금융 마이너리티들의 눈으로 본 세계금융위기의 인과를 담았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결함은 채권을 직접 다루지 않는 금융인에게도 훤히 보였어요. 극소수 예지자들은 대폭락을 맞췄습니다. 파생상품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증명했어요. 금융인들답게 투자수익으로 증명했습니다. 미국 금융세계의 아웃사이더들은 공매도로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법입니다. 여기 기관투자자 철수씨가 있습니다. 철수씨는 나름의 분석을 통해 1주에 1만원인 A사의 주식이 하락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는 증권중개회사에 A사의 주식을 1주 빌립니다. 대여료는 가격의 5%. 빌려서 바로 팔아버립니다. 철수씨는 대여료를 제외하고 9500원을 벌었죠. 몇 달 후 주식이 1000원으로 하락합니다. 그때 주식을 1주 구입합니다. 잔고는 8500원이 되었습니다. 1000원에 산 주식은 빌렸던 곳에 반납하죠. 철수씨 손에 쥔 총액은 수익은 8500. 대여료 500원으로 8500원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매직이네요. 공매도는 영어로 쇼트(short)입니다. 빅쇼트(Big Short)에서 초대박 냄새가 많이 나죠?

 

공매도를 하려면 시장이 하락할 것을 예측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망할 것이라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월가의 반대쪽인 LA에서 펀드사를 운용하는 마이클 베리였어요. 그는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가치투자를 주로 했어요. 2005년에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자산을 공매도 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었습니다.

 

베리는 2004년 말~2005년 초까지 수백권의 파생상품 투자설명서를 훑어보고 수십권을 정독했습니다. 2005년부터 채무자와 대출업자 모두 이성을 잃었다고 판단했어요.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데 심사숙고함은 전혀 없다는걸 사무실에서 꿰뚫어봅니다. 이자할인 기간이 끝나는 2007년이 오면 사람들이 모기지대금을 내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때 시장이 붕괴한다고 내다봤어요.

 

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을 묶어서 만든 파생상품을 조사했어요. 파생상품은 채권의 형태로 보이지만 뜯어보면 수천개의 주택대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베리는 리스트를 조사해서 전체 중 15%만 부도가 나도 가치가 0달러가 되는 모기지채권을 찾아냈어요. 이 채권을 공매도 하려 했습니다.

 

금융주나 건설주를 공매도해서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베리는 본질적인 공매도를 하기 위해 채권을 선택했어요. 보험사나 대형은행이 보유한 모기지채권이 망한다는 것은 집주인들이 망해서 부동산 시장이 망하고 세상이 망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시장 붕괴에 베팅했어요. 문제는 모기지채권은 다른 채권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빌릴 수가 없어요. 베리는 공매도할 대상이 없는거죠. 하지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은 이미 있었습니다. 그것은 CDS, 신용부도스왑입니다.

 

베리가 찾아낸 공매도법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이루어진 채권의 원금상환을 보장해주는 신용부도스왑을 구매하는 것이었어요. CDS는 보험 성격을 가진 파생상품입니다. 거래가 가능한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보험은 타이밍 문제를 해결해주죠. 그리고 보험료는 주식대여료 보다 훨씬 저렴했어요. 그러면서도 사고가 터졌을 때 받기로 약속한 보험가액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시나리오가 예상대로만 흘러가면 최소 50배 장사입니다.

 

그런데 부동산채권에 대한 CDS를 파는 곳이 없었어요. 베리 머릿속에 만 있는 상품이었고 상상 속의 공매도였죠. 없으면 만들면 되죠. 그는 월가에 전화를 돌립니다. 자기가 고안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팔라고 설득합니다. 월가는 처음에 베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다가, 골드만삭스가 눈치를 채고 베리에게 처음 신용부도스왑을 팔아요.

 

그런데 CDS에 적힌 금액은 누가 내어줄 수 있나요? 큰 충격에도 망하지 않을 큰 회사가 주지요. 바로 AIG입니다. 골드만삭스가 베리에게 판 상품은 AIGCDS였어요. 골드만삭스는 사실 중계자였던 샘이죠. 정확히는 AIG의 자회사 AIG FP가 골드만에게 CDS를 팔았습니다. 부동산시장이 붕괴하면 골드만삭스가 베리에게 돈을 내어주고 골드만은 다시 AIG에 가서 돈을 받아요. 골드만이 얻은 중계마진은 20.

 

골드만삭스는 띵 짚고 헤엄친다고 AIG FP는 꽁돈 번다고 생각했죠. 마이클 베리는 속으로 미소지었지요. 베리는 거래시에 일부로 초보자처럼 행동했어요. 폭락장이 오리라는 걸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이었죠. 혹시 눈치를 채서 보험을 판매를 철회할 까봐 걱정했지만 기우였어요. 베리는 월가의 유비였어요.

 

베리는 20056월까지 6개의 금융사에서 75천억불 규모의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에 대한 CDS를 구매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면 75천억불을 벌 수 있어요. 베리가 내야할 돈은 1년에 총액가의 약 2~2.5%에 불과했어요. 50배 먹을 수 있는 판이에요. 이제 부동산 시장이 망하기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그런데 공매도로 돈을 벌려면 조건이 있어요. 부동산 시장이 붕괴했을 때 보험금 줄 회사가 망하면 안돼요. 적당히 큰 회사여야해요. 이 문제는 골드만삭스가 AIG를 설득하며 이미 해결했죠. 다음 조건은 모기지채권에 대한 CDS를 유통할 시장이 필요해요. 유동성 있는 시장이 없으면 원할 때 팔 수 없어서 가치를 보장받지도 못하죠. 시장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었던 건 도이체방크였어요.

 

도이체방크의 채권트레이더 그렉 리프먼은 나름의 분석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만 않아도 시장은 붕괴한다는 걸 알아냈어요. 자기만의 상품을 설계하죠. 그는 홈에쿼티 메자닌 트란셰 공매도라는 상품을 여기저기 팔고 다닙니다. 베리가 산 CDS보다 보험료는 싸고 이익은 더 많은 상품이에요. 하지만 마이클 베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망가져야 실현되는 상품이죠. 그렉 리프먼에게만 상품을 산 사람이 약 100. 14천여개의 헤지펀드 중에 100여명만이 구입했어요.

 

베리는 은둔형 고수였어요. 사무실 안에서 대출구성을 집중 분석하며 부도 확률이 높은 대출이 집약된 증서를 찾아냈죠. 베리의 시각만 있으면 금융위기의 전체 그림을 알 수가 없죠. 사무실 바깥을 보여줄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저자가 내세운 새로운 눈은 스티브 아이스먼이라는 정의의 사도입니다. 애널리스트로 금융가에 데뷔한 그는 90년대 중반에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이론적으로는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부패하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19979월에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은행이 모두 다단계회사나 다름없다고 폭로합니다. 고수익을 내는 대출은행들이 채무불이행율은 장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그가 부실하다고 지적한 대출회사 10곳은 1998년 러시아 부도위기때 모두 파산했습니다. 스티브 아이스먼은 90년대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산업의 폐해를 알아낸 유일한 애널리스트였습니다.

 

정직한 애널리스트였던 아이스먼은 2004프론트포인트파트너스라는 헤지펀드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었죠. 그의 사무실에 그렉 리프먼이 나타납니다. 리프먼은 아이스먼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회사의 주식을 공매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채권 공매도로 끌어들일 적임자라고 판단했어요.

 

아이스먼과 그의 팀원은 리프먼을 벌레 보듯이 대했습니다. 자기 은행이 손실 볼 수 도 있는 상품을 팔고다닌다니...채권 세계에서 불신은 합리입니다. 건들거리는 그렉 리프먼의 언행을 첫 번째로 믿지 않았고 채권 트레이더끼리는 일단 믿지 않는게 일반적이어서 믿지 않았고 그리고 너무 굉장한 이야기여서 믿을 수가 없었죠. 아이스먼은 서브프라임모기지의 티저금리(2년 동안 거의 이자를 내지 않다고 3년차부터 이자가 폭등하는 변동금리 대출상품)가 사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로인해 시장이 붕괴한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하지만 그의 팀은 리프먼의 논리에 설득당하죠. 2005년 아이스먼의 팀은 선구매 후분석에 들어갑니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리프먼이 옳았다고 인정합니다. 신용평가기관은 돈만 주면 부실한 채권에 AAA를 찍어주는 곳이었어요. 서브프라임모기지 파생상품을 발행하는 대형투자은행 CEO들이 모기지 파생상품에 완전히 무지했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고급주택단지는 유령마을이라는 것도 눈으로 확인합니다. 사기대출 일삼는 영업사원, 5채를 보유한 스트립퍼, 수입의 70배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이민자를 만나며 시장 전체서 혼돈에 빠졌다고 확신합니다.

 

채권 중에 쓰레기만 모아서 만든 파생상품만 취급하는 금융사의 대표와의 만남이 화룡점정. 어떻게든 쓰레기를 많이 팔아서 돈만 땡기면 된다는 그의 발언에 충격받아 아이스먼은 장기인 독설을 한마디 뱉지 못합니다. 시장의 주전선수들이 무책임하고 무식하고 무지하다고 확신이 들자 아이스먼은 공매도를 비열한 시장에 모욕주는 행위로 생각하며 뛰어들어요. 부동산 채권 뿐아니라 다른 부채에 의존하는 파생상품 모두에 공매도 상품을 구입하겠다고 리프만을 닦달하기 시작합니다.

 

200511월 카드연채율이 최고조에 달해요. 한 가계가 쪼들리면 제일 먼저 카드대금을 못내고 공과금 고지서가 쌓입니다. 암흑 속에서 하루 한 끼 빵으로 때우다가 마침내 주택대출을 연체합니다. 한 달, 두 달, 그리로 세 달째! 3개월 연체하면 은행에서 집을 압류합니다.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집에 들어와 가재도구를 마당에 내놓습니다. 길거리에 나앉는다는 말은 조금의 과정도 없는 팩트입니다.

 

2006년에 이미 망조가 들어야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열되죠. 부정대출은 점점 많아지고 신용등급 세탁한 파생상품은 불티나게 팔려갑니다. 지표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러다 20074월 개인에게 대출을 내어주는 모기지대출회사 뉴센추리가 파산합니다. 2007년 말에는 시장이 공황으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2008314일 금요일, 아이스먼은 도이체방크 주최 모임에 유명 투자자 빌 밀러와 공동연설을 하게 되었습니다. 밀러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주식을 2억불 보유했어요. 밀러는 베어스턴스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연설했어요. 1년간 주가가 170달러에서 60달러까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주식을 더 사겠다고 말합니다. 아이스먼은 반대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마이클 베리는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와는 거래할 생각이 초창기부터 없었어요. 두 회사는 서브프라임 채권에 너무 많이 투자해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때 같이 넘어질 회사라고 보았거든요. 회사가 망하면 보험료를 못 받잖아요. 베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아이스먼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스먼과 밀러가 토론 같은 연설을 하는 사이, 949분에서 102분까지 단 14분만에 베어스턴스 주식이 53달러에서 29달러로 47% 하락했습니다. 연설을 듣고 있던 청중들은 뛰쳐나갔습니다. 주식을 팔러가는 거겠죠.

 

주말을 보내고 그 다음 월요일, 2008317일에 베어스턴스가 주당 2달러에 JP모건에 인수됩니다. 베어스턴스의 몰락과 함께 아웃사이더들이 예언한 공황이 정말로 시작이 됩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마구 기뻐하지는 않았습니다. 세상이 망한걸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이 지옥을 책임지고 수습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시스템이 없으니 재앙이 터졌겠죠.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빅쇼트를 쓰기 위해 살아온 것 같아요. 그는 부동산모기지채권 시장이 처음 탄생한 살로먼브라더스에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3년간 일했습니다. 그는 부채를 포장해서 떠넘기는 거래가 재앙을 낳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는 경고차원에서 라이어스 포커』(정명수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6)를 발간했어요. 경고를 듣지 않은 이들이 지옥을 만들기까지 딱 20년 걸렸군요.

 

라이어스 포커는 위험하고 부도덕한 채권시장을 폭로하는 책이었지만, 독자들에겐 월가 입사 매뉴얼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빅쇼트의 메시지도 왜곡될까요? 일확천금에 혈안된 수전노들은 이 책을 투자서로 받아들 일 수도 있겠군요.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사회복지사는 그를 두번 실망시키지 않길 바랍니다. 일은 터졌지만 여전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구석은 없는지, 미국과 한국은 유사한 점이 없는지 한번 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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