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도서/만화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금융위기

by Cplus.Linguist-유진 2021. 1. 21.

세계금융위기의 인과를 다룬 세 권의 책, 대마불사, 빅쇼트,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에는 서민들의 삶은 없습니다. 집과 연계된 삶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모자란 부분을 이 만화가 매워줍니다.

 

세스 토보크먼 외 2명, 김형규 옮김, 미지북스, 2011

시민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가보죠.

 

2차대전 이후 성실하게 일하며 미국을 지탱하던 노동자들은 왜 투기판에 뛰어들었을까요?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일자리가 사라진 것을 지적합니다. 1980년대 미국내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3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회생하지 못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아웃소싱에 치이며 항시고용 불안 상태”(92)에 빠졌습니다. 월스트리트는 이른바 주주혁명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여 이익을 빨아갔어요. 월가는 CEO에게 수백억원의 임금을 허락하며 충복으로 삼았습니다. 90년대는 주가와 연동한 보너스인 스톡옵션이 유행했어요. 주가를 올리는 가장 어려운 방법은 기술혁신이고 가장 쉬운 방법은 구조조정입니다.

 

이미 현장에 나간 노동자에게 기술전환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대학교로 돌아가기에는 학비가 너무 올라버렸습니다.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은 교육에 사기 당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500만개의 일자리가 더 사라졌습니다. 고소득 일자리는 사라지고 저소득일자리만 생겼는데도 일자리 절대수는 마이너스였어요.

 

보통사람들은 수입절벽을 어떻게 건너야 할까요? 첨단 기술 분야의 일자리가 낮은 급여의 서비스직으로 바뀌자 모자란 생활비를 카드와 2차 모기지 대출로 만회했어야 했죠. 노동이라는 길이 막혔을 때 주식과 부동산에 탐심이 작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2021년 빚투와 영끌의 한국은 30년전 미국과 판박이입니다.

 

미국은 부동산 거품을 정부가 부추겼습니다. 미국시민은 공황의 피해자이면서 거품 묻은 투기 꾼입니다. 책에는 고삐풀린 도박꾼들로 표현해놓기도 합니다. 미국 전체를 도박장으로 표현했고요. 딜러들에게 놀아나는 시민들을 연민하면서 질책하기도 합니다. 2차 모기지를 생활비로 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추가 주택을 구매하는데 썼거든요.

 

경제호황을 보이는 투기바람 안에는 어떻게든 팔아치우고 갖은 수를 써서라도 뜯어내려는 사기가 만연합니다. 이상현상은 투기에 뛰어들지 않고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을 덮칩니다. 세가지가 사라집니다.

 

현재가 사라집니다. 터전이 사라집니다. 월가에 패닉이 오기 전에도 집을 잃습니다. 집을 잃는 사례 중 가장 악랄하면서 일반적인 방식이 변동금리 사기입니다. 모기지회사의 영업사원은 싼 이자기간이 끝나면 폭리로 변하는 변동금리상품으로 자세한 설명없이 갈아타게 합니다. 노인과 이민자, 소수인종을 노립니다. 보통사람들은 갑자기 늘어난 이자에 패닉에 빠지죠. 세 달간 앓다가 이자를 못 내면 집이 넘어갑니다. 약탈금융의 일선에 선 상어에게 사기전과는 필수 스펙입니다.

 

두 번째는 미래를 잃습니다. 연금이 사라집니다. 연기금이 투자한 펀드가 손실을 입으면서 반이나 반의 반 토막나게 되죠. 중서부 시민은 1년 내내 따뜻한 남서부로 이주할 계획을 세웁니다. 연금이 문제가 생기면 이주계획도 틀어집니다. 일년내내 따뜻한 남동부 플로리다주로 이주하는 꿈은 사라집니다. 이주계획은 회사의 경영계획과 주정부의 도시계획과 맞물립니다. 건설경기가 사라져 경제가 황폐화 되고 세수는 줄어 공공부문이 기능을 상실합니다.

 

세 번째는 믿음이 사라집니다. 쌈지돈도 함께 사라집니다. 펀드에 밀어넣은 돼지저금통이 월가 붕괴때 소실 됩니다. 평생 일하며 마련한 집도 가치가 내려갑니다. 일자리가 소멸한 지역의 시민들은 부동산 폭락에 오도가도 못하게 됩니다. 일자리도 없고 자산가치도 떨어진 도시사막에서 서서히 죽어갑니다.

 

열심히 산다고 잘 사나요? 성실하게 모은다고 돈을 버나요? 세계금융위기는 여러 사고방식을 부숴 버렸습니다. 미국인에게 가장 슬픈 것은 아메리칸 드림이 박살 난 것입니다. , 그런게 존재않았을 수도 있군요. 다 잃고 신기루임을 알게 된 시민이 스스로를 혐오스럽게 바라보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미국의 총체적인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저자는 지도자에게 의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바마를 비판합니다. 서문에서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의 실패를 지적했습니다. 200712월부터 200912월까지 8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안 고작 100만개만을 창출하거나 보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일자리 하나 만드는데 약 3억을 소모했습니다.

 

오바마는 X맨입니다. 금융을 폭파 일으킨 월가에게 다시 금융을 맡겼어요. 단죄는커녕 도리어 금융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했어요. 그는 은행에게 빛을 보여주었습니다. 악성채권을 세금을 사용해 추가로 매입해주었죠. 시민에겐 어둠을 주었죠. 주택 소유자 희망 프로그램을 시작해 9개월 동안 단 51가구를 도왔습니다. 51만 가구가 아닌 51가구입니다. 그리고 750억 달러 짜리 주택 안정화 프로그램을 통해 모기지 상환금을 줄여주려 했으나, 서류지옥과 나무늘보 행정을 선사했습니다.

 

이 책은 오바마의 고의 헛스윙을 더 보여주었어 했어요. 제일 시급한 문제를 봉합하지 않고주요이슈를 의료보험으로 선회했습니다. 눈 앞에 쓰레기도 못 치우는 사람이 집은 어떻게 짓나요? 의료보험제도가 난항을 겪는게 이상치 않습니다. 대통령이 시민을 배신하면 세상은 다시 지옥이 됩니다. 월가는 2010년 들어 이름만 바꿨지 본질은 여전히 파생상품인 폭탄을 다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반성과 재발방지가 없다는 것은 시민과 법체계를 조롱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오바마도지지 않아요. 그는 골드만삭스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았어요.

 

시민이 해결해야죠. 작가는 은행과 거대 기업에 맞서는 전투적인 대중 운동을 호소하며 대공황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대공황 당시 집을 압류당하고 가재도구가 길바닥에 내던져졌을 때, 이웃들이 도왔습니다. 경찰, 군대, 정치인이 아니고 보통사람들인 이웃이 도왔습니다. 자물쇠를 부수고 가구를 다시 집 안으로 들여났습니다. 그렇게 터전을 지켜냈습니다. 이러한 투쟁은 공공 주택이나 집세 통제 같은 개혁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뉴딜 정책은 화난 대중의 압력의 산물이라고 작가는 평가합니다.

 

이런 대처가 현대에도 가능합니까? 더 조직적이고 지적으로 진화했습니다. 압류를 막아내는 조직 이스트사이드조직화운동’(이하 ESOP)이 좋은 예입니다. ESOP는 공장지대였던 클리브랜드에서 주택압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류작성을 돕습니다. 때로는 실력행사에 나섰죠. 대출사기가 유독많은 컨트리와이드라는 금융사의 지역사무소를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압류위기에 놓인 집 중 75%를 지켜냈습니다.

 

전통적인 방법도 통했습니다 마이애미의 땅을 되찾자단체는 압류당한 사람들에게 집을 찾아주었습니다. 문을 부수고 가구를 넣어주었습니다. 난리치는 이들과 싸워주었습니다. 마이애미 경찰은 시민운동가들에게 호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세입자를 쫓아내는 것은 불가항력입니다. 경찰은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내쫓을지 말지 물어볼 수도 없거든요. 집 한 채가 여러조각으로 나뉘어 증권화되어서 집주인이 100명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거든요. 부동산 회사도 못하는 일을 경찰이 왜 합니까?

 

부당한 공무가 인권침해를 일으킨다면 경찰도 시민 편에 서야 합니다. 티모니 경찰서장은 엄마를 체포해서 자녀들과 떼어놓는 일로 어떤 사회적 이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합니다. 정치인도 그래야 합니다. 하원의원 마시 캡터도 시민저항을 지지했습니다. “집을 떠나지 마세요. 손에 쥔 사람이 주인이라는 속담을 잊지 마세요.”

 

월스트리트 붕괴를 다룬 많은 책들은 월가와 정부의 인사이더들에 집중합니다. 독자를 감정이입하게 하려면 리더들의 이야기를 다루는게 쉽습니다. 반면 보통사람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얼굴이 없기 때문이죠. 눈에 띄는 성격과 두드러진 실책이 팩트로 남아있는 CEO와 고위공무원 보다 이야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 단점이 만화에게는 장점입니다. 만화는 열자마자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마법의 스토리북입니다. 희미한 실루엣에 독자가 자신의 얼굴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경제위기는 모두의 일입니다. 터전과 직업을 뺏기고도 혈세로 거대 기업을 구제한 시민의 입장에서 2008 세계금융위기는 다루어져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