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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자료/가라앉는 사람들

체슬리 설리 셀린버거

by Cplus.Linguist-유진 2021. 6. 24.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구해낸 비행기 기장의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극화했습니다.

 

2009115일 오후, 뉴욕을 출발해 샬럿으로 향하는 US 에어웨이즈 소속 비행기가 이륙 2분만에 새와 충돌하여 두 개의 엔진이 모두 정지합니다. 기체는 회항을 할 수 없어 뉴욕의 허드슨 강에 불시착합니다. 승객 150명과 승무원 5, 155명은 모두 무사합니다. 기장은 체슬리 설리 셀린버거 (Chesley ‘Sully’ Sullenberger). 언론은 영웅 탄생을 알립니다.

 

그러나 직장에선 대접이 다릅니다. 그와 부기장은 죽일 놈입니다. 라과디아 공항으로 회항 할 수 있었는데 위험하게 강에 내려 승객을 위협했고 값비싼 비행기 전손 시켰다고 평가하며 징계하려 합니다.

 

두 사람은 청문회에 세워지죠. 돌아올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이밀면서 죄를 물으려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영웅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설렌버거 기장은 시뮬레이션은 사람이 감정에 휩쌓였을 때 보이는 판단지연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당황후 고민 그리고 판단하기까지의 지연시간을 시뮬레이션 조건값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뮬레이션은 조건값을 바꿔서 다시 실행되고 결국 회항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조종사측이 승리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그는 미국의 보수 세계관을 영화로 보여주는 선전가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미국인라면 응당 지녀야할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멋스럽게 해냅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아메리칸 스나이퍼, 그란 토리노등등 모두 다른 직업, 다른 이야기 같지만,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진지해야하고 무거운가에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부모라면 피붙이의 부모일 뿐 아니라 동네의 어른이며 직업세계의 리더 그리고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확장시킵니다. 부모의 진심인 난 널 사랑한단다의 실제 모습을 다양한 상황에서 다채롭게 그리고 언제나 극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영화 역시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감동의 크기는 반쪽에 불과합니다. 비행기 조종사와 승무원이 받아왔던 오랜 고통은 다루지 않았어요. 규제완화로 인해 영웅들이 오래전부터 힘들어했고 홀대 받아왔다는 것을 감독은 대중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임금삭감과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본분을 다해서 일해왔고 사람을 구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기적의 어두운 면을 조명해야 합니다. 속편을 만들어서라도. 보수우파의 문화부장인 그가 규제완화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줄지는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외면하는 한,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미디어를 혹세무민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셀런버거 기장과 스카일스 부기장은 2009년 2월 24일 미의회에 출석해서 비용삭감이 안전을 위협한다고 발언했습니다.(사진 출처: 가디언)

 

그가 전하지 않은 것을 알아보죠. 2009년에 의회 증언에서 설렌버거 기장은 항공 산업 규제 완화에 대해 기장들과 그 가족을 버티기 힘든 재정 상태로 몰아 넣었다고 발언합니다. 규제완화라는 압력은 30년동안 항공계 노동자를 짓눌렀습니다.

 

항공규제완화법안(Airline Deregualtion Act)은 무려 ‘1978지미 카터 대통령이 통과시켰습니다. 레이거노민스가 시작되기 전에 항공계는 자본주의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어요. 이때까지는 요금과 노선을 국가가 관리했습니다. 법안 통과 이후 일정까지 항공사 손에 들어갔죠. 슬로건은 많이 들어서 아실거에요. ‘경쟁이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올린다’.

 

긍정적인 효과각 있긴 했습니다만 영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과도경쟁으로 소형항공사가 쓰러졌어요. 150개 저가항공사가 폐업과 합병으로 10개만 살아남았어요. 그 중 상위 3개사가 점유율 66%를 차지하게 되엇죠. 누구를 위한 경쟁이었나요? 적어도 탑승객을 위한 경쟁은 아니었어요. 노선이 줄어들었고 가격은 올랐어요. 법안 통과후 4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160달러면 충분한 국내선 이코노미는 201153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경쟁을 위해 규제완화를 했지만 경쟁은 사라지는 마법이 펼쳐졌어요.

 

항공사 수익이 증대되었다고 직원 월급이 오른건 아니에요. 1983년 이래 항공사 승무원의 평균 수입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31% 감소했습니다. 27천달러를 버는 승무원은 인플레이션을 따지면 201161천달러를 받아야 했지만 실 수령은 41천달러에 불과했습니다. 20년간 약 40만달러 손해를 보았습니다.

 

긴축재정은 설렌버거 기장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오르지도 않는 월급을 한번 더 쥐어짜입니다. 그의 2001911일 테러이후 조종사의 월급은 40% 삭감되었습니다. 정부의 긴축재정이 항공일선을 압박 한거죠.

 

1980년대부터 연금을 주지 않으려는 기업은 21세기가 되자 더 노골적으로 연금을 밀어냈어요. 2004년 연금이 중지되었고 연금의 약 70%를 잃었습니다. 4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US 에어웨이즈, 델타, TWA는 연금제도를 없앴습니다. US 에어웨이즈 소속인 셀린버거 기장도 연금이 없습니다.

 

연봉 줄이고 연금 없애고 그 다음은 일자리까지 없앴습니다. 2001년에서 2006년 사이 5대 항공사는 평균 인건비를 1/3로 줄였습니다. 세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하게 한 셈이죠. 제 시간에 도착하는 항공편이 줄어들고 수화물이 엉뚱한 곳으로 보내지는 일이 많아진 건 애교 수준. 2005년 격무에 지친 관제사가 착오를 저질러 공항에서 비행기가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규제완화는 서비스의 근간인 안전도 잘라먹었습니다.

 

항공기 정비는 타국에 아웃소싱합니다. 2008년 장거리 항공기 기체중정비의 27%가 미국이 아닌 정비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감사관이 오기 힘든 곳의 정비소를 사용하면서 비용을 줄였습니다. 20091US 에어웨이즈 국내선이 주객실 압력밀폐 문제로 비상착륙합니다. 이유는 에살바도르의 정비소 기술자가 착오로 부품을 거꾸로 장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항공 노동자들은 78년 이래로 혼돈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차대한 일을 잘 해냈습니다. 서비스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승객의 안전을 최대한 지켰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대우 속에서 셀렌버거 기장과 스카일스 부기장은 책임을 다했습니다. 155명의 탑승자 전원을 구한 영웅을 이제 미국시민이 구할 차례입니다.

 

규제완화로 뭉개진 삶을 지구에서 미국시민만큼 공감할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깊게 공감함과 동시에 어떻게 구해야 할지, 또 서로 어떻게 도와야 할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알고 있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 국가는 잘 사는데 왜 국민은 못 사는가, 도널드 발렛& 제임스 스틸, 어마마마, 2014)

- 나무위키 US 에어웨이즈 1594편 불시착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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