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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자료/가라앉는 사람들

자말 뒤프리

by Cplus.Linguist-유진 2021. 2. 8.

자말 뒤프리는 40살인데 그 이상으로 늙어 보인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고, 커피라도 마실 양이면 잔을 잡은 손이 떨린다. 그의 곤경은 가슴 통증과 더불어 시작됐다. 가슴이 답답한 정도의 불편함이 아니라 진짜 통증이었다.

 

누가 내 가슴을 움켜쥐고 쥐어짜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렇게 아파본적이 없습니다. 이제 죽는가 보 다하고 생각했지요.”

 

기민한 한 동료가 그를 인근 내슈빌의 병원으로 급히 옮겨준 덕분에 자말은 죽지 않았다. 심장절개 수술을 한 뒤 석 달이 지나자 말은 다시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섯 달 후 그는 전기회사의 기사직에 복귀했다.

 

그러나 다섯 달의 휴직기간은 자말에게 너무 긴 시간이었다. 아내 트리시는 중환자실 밖에서 여러 날을 보냈고, 퇴원 후에 그를 간호하느라 몇 주를 더 보냈다. 때문에 그녀는 항공사 티켓발매원 일을 하지 못했다. 우편으로 의료비 청구서가 날아왔을 때 뒤프리 부부는 건강보험 약관에 들어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보험 미적용 및 공제 항목이 있음을 알게 됐다.

 

내 치료비로 한 달에 200달러 이상 들었습니다. 건강보험에 들지 않았더라면 더 어려운 상황에 몰렸을 겁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다 해결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금액을 내라고 요구해왔습니다.”

 

자말은 복직 후 몇 주 만에 또 다른 무서운 일을 당했다. “나는 받고 있던 치료 때문에 기절을 하곤 했습니다. 샤워하던 중에 쓰러져 어깨 근육을 다쳤지요. 수술이 필요했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뒤로 미뤘습니다. 수술을 하면 또 거액의 청구서가 올게 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말과 트리시는 다른 면에서는 운이 좋았다. 자말이 항상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고용주가 제안한 온갖 보험에 가입해 두었던 것이다. 큰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느라 그의 급여실 수령액은 대폭 줄었지만 심장발작이 일어났을 때 그 덕을 보았다. 병가시간이 끝나자 장애보험이 시작돼, 종전 소득의 60%가 보험금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충분한 돈은 아니었지만 그 돈 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요.”

 

뒤프리 부부는 도리 없이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했고 모기지대금도 내지 못했다. “노웨스트 모기지회사가 여러분 전화했습니다. 그들은 선생님이 모기지 대금을 내시기 어렵다는 것을 압니다.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2차 모기지를 받으시고 그 돈으로 다른 청구서 대금도 지불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세 자녀가 자라고 있는 집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기지회사의 전화는 그를 두렵게했다. 그와 아내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제부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모기지 대금 지불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다. 요금을 못내 가스가 두 번 끊겼고, 이 때문에 그들은 다음 급여를 받을 때까지 더운 물 없이 살았다. 전화는 거의 한 달 동안 끊겼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말은 모기지대금만은 계속 냈다.

 

복직한 지 네 달 후 자말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서 야간근무를 부업으로 얻었다. 티리스는 모든 초과근무를 자청했다. 장남 자레드는 주말에 피자 배달 일을 했다. 거의 매주 그는 엄마에게 20달러짜리 지페 몇 장을 내놓는다. 누이동생이 치어리더 팀을 조직했을 때 자레드는 그녀에게 유니폼 값을 조용히 내주었다. 뒤프리 부부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으로 저축해 놓았던 돈을 빼냈고, 노후자금도 다 꺼내 썼으며, 1년 이상 외식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아직 몇천 달러의 신용카드 채무가 남아있다. 자말은 또 수술해야 할 일이생기기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약간의 운이 따라준다면 뒤프리 부부는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134~136(맞벌이의 함정, 앨리자베스 워런 &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주익종, 필맥,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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