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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자료/가라앉는 사람들

카멘과 마이크

by Cplus.Linguist-유진 2021. 2. 5.

카멘의 세 번째 임신은 어려웠다. 임신 30주가 됐을 때 그녀는 출혈을 시작했고, 산부인과 의사의 권고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어린 게이브는 태어날 때 몸무게가 1킬로그램에도 못 미쳤고, 의사는 아이가 신체 및 인지 능력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게이브의 운명을 비극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카멘 라미레즈는 다르게 생각했다.

 

게이브는 신의 선물이었어요. 그는 내 기적 같은 아기입니다. 내 언니가 갑자기 죽었을 때 그 아이가 생겼어요. 나는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축복을 느꼈지요.”

 

몇 달 뒤에도 게이브는 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는 거의 소란을 피우지 않는 조용한 아기였다. 그러나 카멘은 그를 항상 살폈다. 어느 날 저녁 게이브를 침대에 누인 뒤 카멘은 위의 두 아이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카로니가 막 끓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주방을 황급히 뛰어나와 아기 방으로 달려갔다.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했습니다.” 그녀는 무서운 침묵과 맞닥뜨렸다. 그녀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게이브가 그르렁 거렸어요. 제가 심폐기능 소생술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게이브는 살아남았고, 그 후 3년이 지나자 상태가 다소 나아졌다. 그러나 상태가 개선되는 속도는 느렸다. “게이브 세 살이 되도록 걷거나 말할 수 없었어요. 여전히 젖병을 이용해야 했고, 식탁음식은 그제야 먹기 시작했지요. 우리는 음식이 잘게 썰렸는지 늘 확인해야 했습니다. 게이브가 질식할 수도 있었거든요.” 이제는 게이브가 덜 수동적이다. 그는 화가 나면 끝없이 비명을 지르는데, 아직도 많은 치료가 그에게 필요하기에 특별한 난제가 되고 있다. “게이브는 그동안 주사바늘에 수없이 찔린 경험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라면 진저리를 칩니다. 그들의복장을 알아보는 거죠.”

 

그녀는 위의 두 아이를 낳았을 때는 두 번 다 실험실 연구원으로서 직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게이브를 낳았을 때는 카멘도, 남편 마이크도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까다로운 게이브를 돌보기 꺼렸어요.” 이 때문에 카멘과 마이크는 게이브의 보육을 남에게 맡길 수 없었다. 일가친척들조차 게이브를 돌보기를 주저했다. “제 시어머니는 그 아이의 상태를 두려워해 그를 맡는 것을 꺼렸습니다. 어쩌다 어머니가 그를 봐주실 경우에도 저는 한 시간 안에는 다시 돌아와야 했죠.”

 

게이브가 처음 태어났을 때 카멘은 직장에서 휴가를 받았다. 그러나 휴가 기간이 끝나자 카멘은 직장을 그냥 그만두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중단한 뒤 희망을 걸어 말했다. “그러나 그가 좋아질 때 까지만이죠.”

 

카멘과 마이크는 운이 매우 좋았다. 게이브의 치료비 거의 전액이 마이크의 건강보험으로 메워졌다. 카멘은 회상한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보험에 들어 있었지요. 우리는 때때로 몇몇 치료에 대해서만 돈을 냈고, 그 밖에는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을 냈을 뿐이에요.” 게이브가 출생한 후 3년간 이 가족이 의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2000달로도 안 됐다. 이런 의료비 지출액은 부채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전형적인 양상과는 달리 의료비는 감당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의료비를 제외하고도 나머지 비용이 이미 한계치에 다달했다는 것이다. 카멘의 휴직으로 소득은 줄었지만 맞벌이 할 때 세워놓은 지출계획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멘과 마이크는 여윳돈이 없었다.

 

게이브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멘이 입원했다. 감염 때문이었다. 카멘은 기진맥진한 채 가족이 어떻게 게이브를 돌볼지 근심했고 각종 청구서 생각에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열이 치솟을 때도 온통 지불해야 할 청구서만 생각했습니다. 결국 나는 청구서 때문에 일찍 퇴원해야 했지요.”

 

게이브가 태어난 지 여덟 달이 되었을 때 라미레즈 가족은 유틸리티 요금을 못 냈다. “전기를 끊겠다는 계고장이 왔을 때 나는 정말 두려웠습니다. 아이의 폐로 공기를 넣어주려면 전기가 필요했거든요.” 20012년 이른 봄에 한 채권자가 마이크가 일하고 있는 경찰서에 나타가 가족의 미니밴을 회수하겠다고 위협했다. 마이크가 그 남자에게 지불할 돈을 마련할 시간을 좀더 달라고 간청할 때 다른 경찰관들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준다는 듯 눈길을 돌렸고, 사무실 안은 정적에 빠졌다. 다음 날 마이크와 카멘은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변호사 보조원과 20여분 상담한 뒤 그들은 파산 신청서에 서명했다.

 

출처 85~87, 97(맞벌이의 함정, 앨리자베스 워런 &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주익종, 필맥,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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